레드 라이징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원열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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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다보면 앞으로의 이야기가 예상될 때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껏 보고 듣고 읽었던 경험에 비추어 친숙함을 느꼈고, 그 익숙함에 따라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할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피어스 브라운의 《레드 라이징(2015.11.27. 황금가지)》을 읽기 시작하면서 떠오른 첫 번째 이미지는 멜 깁슨의 영화 「브레이브 하트(1995)」였습니다. 계급사회, 아내의 부당한 죽음이 그 이유입니다. 영화 안에서 아내의 죽음 이후 투쟁을 결심한 주인공처럼 소설 속 주인공도 변화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는 머릿속에 갑자기 등장한 만큼 재빨리 사라졌습니다. 「브레이브 하트」가 사라진 자리는 키아누 리브스의 영화 「매트릭스(1999)」가 재빨리 차지했는데요. 소설 속 주인공의 계급인 ‘레드’ 컬러만 알지 못하는 세상이 존재하는 사실 때문에 「매트릭스」가 떠오른 듯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머릿속에 오래 머물지는 못했습니다. 처음 낯설지 않게 느껴졌던 이야기가 점점 생소한 이야기로 변해갔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야기와도 비교 불가능한 《레드 라이징》만의 이야기로 말이지요.

    

 

신이 생기려면 누군가 만들어야 하는 법(p.155)

    

 

소설 속 공간적 배경은 화성이며 컬러로 신분의 높고 낮음을 나타낸 계급 사회를 그렸습니다. 지배계층은 골드, 피지배계층 중에서도 최하층민은 레드입니다. 《레드 라이징》의 주인공 ‘대로우’는 광산에서 ‘헬륨-3’을 채취하는 ‘헬다이버’이며 레드 계급입니다. 레드는 골드를 비롯한 지배계층의 안락하고 평안한 삶의 영위를 위해 희생되는 노예입니다. 레드가 노예라는 사실을 모르는 건 레드 계급뿐입니다. 이야기는 지배계급이 감추고 있었던 모든 비밀을 알게 된 대로우가 골드가 된 레드(p.159)로 변신하면서부터 출발합니다. 권력을 가지고 지배자가 되기 위해 골드가 되기로 합니다.

    

 

《레드 라이징》은 최하층 레드 계급이 봉기를 일으키는 이야기입니다. 레드가 골드가 되었고 골드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존재로 변모하게 됩니다. 그래서 SF 소설이지만 인간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골드가 된 대로우를 보면서 슬펐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이라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책 읽기를 끝낸 후에는 낙담했습니다. 모호한 결말이 이상해서 검색해보았더니 3부작으로 구성된 소설이며 그 첫 번째 이야기였던 것이지요. 기다리는 걸 싫어하는 성향 탓에 어떻게 궁금증을 다스릴지 걱정이 앞서지만 한편으로는 2부, 3부에서 마주하게 될 ‘대로우’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조급해말고 느긋하게 우리 곁으로 돌아올 ‘대로우’를 기다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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