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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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에(2015.09.04. 황금가지)》는 오래 전 「스타더스트(2007)」와 「네버웨어(2007)」를 통해 알게 된 소설가 ‘닐 게이먼’의 “스티븐 킹의 마지막 중편소설집이 될 책, 그야말로 훌륭한 ‘스티븐 킹표’ 소설이다”라는 추천사에 매료되어 읽기 시작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이 ‘스티븐 킹’만이 쓸 수 있는 ‘스티븐 킹’다운 소설이었습니다. 스티븐 킹은 이미 영화화되었거나 현재 영화화 중인 작품의 원작자로 유명한데요. 이 소설집에 수록된 네 편의 중단편도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고 영화로 제작된다면 장르史에 길이 남을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기대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총 네 편의 중단편은 ‘복수’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색깔이 다른 복수극이라는 점이 차이점입니다. 작가는 ‘어떤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일, 또 그들이 선택할지도 모르는 행동 방식을 기록하려고 최선을 다했다(P.600)'라고 말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작가의 문장을 쉽게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닌 이웃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 변화의 기록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묘사한 등장인물의 감정변화에 집중하느라 섬뜩하고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쳤을 때도 잠깐 움찔거리기만 했을 뿐입니다.

 

 

《별도 없는 한밤에》라는 제목 아래 『1922』, 『빅 드라이버』, 『공정한 거래』, 『행복한 결혼 생활』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1922』와 『빅 드라이버』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요. 아내를 죽인 뒤 태연하게 뒷수습에 몰두하는 남편의 감정 상태, 강간당한 뒤 혼란스러운 여자의 감정 묘사가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아내를 증오한 남편이 아내를 죽인 뒤 죽은 아내의 충직한 부하인 쥐들에게 물어 뜯겨 죽음에 이르는 『1922』는 열네 살이던 아들을 공범으로 만들며 아내의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윌프리드 릴런드 제임스가 주인공입니다. 윌프리드는 잔인하고 무자비했던 살인 과정을 증명하는 살해 현장을 묵묵히 수습했고 아내를 찾는 외부인들의 방문에도 흔들림 없이 아내의 가출을 주장합니다. 훗날 아내 명의의 땅이 자신의 소유가 되리란 기대로 가득 찬 그에게 아내를 살해한 것에 대한 후회나 반성의 기미는 찾을 수 없습니다. 아내를 죽인 날 밤 ‘오늘 밤은 영원히 끝날 것 같지가 않군(P.43)'이라고 생각했던 윌프리드는 실제로 그날 밤 이후 죽는 날까지 아내와 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아내가 죽으면 원하는 모든 소망을 이루리란 기대와 달리 아내의 죽음 뒤 아들과 땅, 집 모든 것을 잃어가는 남자의 모습은 인과응보,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어쩐지 처량하게 보였습니다.

 

 

유혈극이 없는 미스터리 소설을 쓰는 작가 테스가 북클럽 강연을 마친 뒤 귀가하던 도중 낯선 길에서 만난 낯선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사건으로 시작하는 『빅 드라이버』는 《별도 없는 한밤에》에 수록된 네 편의 중단편 소설 중에서 가장 잔인하고 끔찍합니다. 테스가 죽었다고 생각한 강간범이 지하 배수로에 테스를 던진 후 자리를 떴을 때 가까스로 탈출합니다. 가장 안전한 장소인 집으로 돌아온 테스는 자신이 당한 사건과 목격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정의감과 자신의 이야기가 외부에 알려지는 부담감 사이에서 혼란과 갈등을 경험합니다. 테스의 감정 변화는 실제 강간이라는 범죄행위의 피해자가 경험할 것만 같이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 충격은 테스가 스스로 복수하기로 결심했을 때 배가 되어 전달됩니다.

 

 

솔직히 스티븐 킹을 좋아하지만 그의 소설을 읽을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모두 영화로만 접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연이어 스티븐 킹의 두 작품을 읽으며 무척 놀랐습니다. 글로 읽는 스티븐 킹의 이야기가 이토록 재미있을 줄 몰랐거든요. 한동안 ‘스티븐 킹표’ 소설에 푹 빠져 지내게 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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