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메르세데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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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은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이라면 줄거리, 장르 등은 중요하지 않다. 일단, 무조건, 읽고 보는 거다. 이야기꾼 ‘스티븐 킹’의 소설은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지금껏 그의 이야기에 실망한 기억이 없어서다. 게다가 《미스터 메르세데스(2015.07.20. 황금가지)》는 ‘스티븐 킹이 최초로 선보인 탐정 하드보일드 소설’이란 소개까지 붙었으니 읽지 않고 지나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는 탐정소설을 좋아한다. 그리고 탐정이 쫓는 범인이 누군지 처음부터 공개되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을 좋아한다. 마지막까지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 줄곧 느껴야 하는 긴장감과 떨림도 흥미롭지만 그것보다 탐정과 범인의 대결 양상의 마지막을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더 쏠쏠하기 때문이다.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이런 나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소설이다.

  

  

제목부터 흥미롭다. ‘메르세데스’는 값비싼 외제자동차 브랜드다. 소설 제목인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범인을 지칭하는 별명의 일종인데 2009년 4월 채용박람회에 모인 인파를 향해 차를 몰고 돌진해서 여덟 명의 사망자와 수많은 부상자를 남기고 사라진 사건의 범인이 몰았던 차가 메르세데스벤츠였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퇴직형사 윌리엄 호지스가 자신을 메르세데스 사건의 킬러라고 소개하는 살인마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일상이 무의미하고 무료하던 퇴직형사 호지스는 갑작스럽게 도착한 편지를 읽은 후 자신이 마무리 짓지 못한 메르세데스 사건을 파헤쳐보기로 한다. 우선 과거 메르세데스 사건을 수사할 당시 놓쳤던 건 없었는지 살피며 범인이 제공한 정보 중에서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을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던 중 메르세데스 차주 올리비아 트릴로니의 여동생 저넬 패터슨(제이니)과 만나고 가까운 사이로 발전한다.

  

  

올리비아 트릴로니의 메르세데스를 훔쳐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는 채용박람회장으로 돌진해 사람을 죽인 살인마 브래디 하츠필드는 알콜 중독자인 엄마를 대신해 가장 역할을 하려고 두 개의 일을 하는 평범해 보이는 청년이지만 사람을 죽이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한다. 브래디는 메르세데스 차주 올리비아를 자살하도록 유도했던 것처럼 늙은 형사도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올리비아를 완벽하게 처리했던 때처럼 호지스도 그러하리라 여겼던 브래디의 생각은 그야말로 상상에 그치고 만다. 호지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호지스는 늙어서 퇴직한 형사지만 베테랑답게 범인을 다루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었고 그래서 브래디보다 한 수 앞을 읽을 수 있었으며 그 결과 심리전에서 우위를 선점한다. 게다가 호지스는 브래디와 홀로 맞선 게 아니라 집 안 일을 도와주는 이웃집 17살 흑인 소년 제롬 로빈슨과 제이니의 친척이며 불안 장애를 갖고 있는 홀리 기브니의 도움을 받았다.

  

  

《미스터 메르세데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탐정과 범인의 심리전이다. 범인은 탐정을 알지만 탐정은 범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범인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하게 짚어 평정심을 잃고 흥분하게 만드는 탐정의 능력은 대단하다. 아니 스티븐 킹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작가 스티븐 킹은 불행한 어린 시절의 경험 탓에 삐뚤어진 인격으로 성장한 브래드 하츠필드와 퇴직하였지만 노련미는 사라지지 않은 형사의 조합을 완벽하게 그렸다. 미스터 메르세데스와 하지스의 물리적 거리가 가장 가까워졌을 때 결말이 예상되긴 했지만 과연 스티븐 킹다운 소설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소설이었다.

  

  

무더위를 날려버릴 만한 강렬한 탐정 소설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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