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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내
마리 다리외세크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가시내(2014.10.20.
열린책들)》를 읽으며 줄곧 이
책을 ‘소설이라 지칭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책을 읽기 전 수집한 작가의 정보에서 눈에 띈 ‘논쟁적’이란 단어의 의미는 수긍하게
되었지만 책을 덮은 후에 생각나는 거라고는 소설 속 적나라한 표현에 민망했던 느낌과 이름 모를 소녀의 일기장을 훔쳐보았다는 죄의식뿐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문맥이 닿지 않는 문장들이 나열되어 한 권의 책으로 엮인 《가시내》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문맥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누군가 내게 《가시내》는 어떤 책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상상만으로도 난감해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가시내》는 1980년대
<클레브>라는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녀 솔랑주가 사춘기를 겪으며 성에 눈떠 가는
과정(p.340)을
서술한 책입니다. 사실적 묘사와 표현이 돋보이지만 그것 때문에 책 읽는 내내 놀란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이 책은 소녀 솔랑주의 내면이 선한지
악한지를 파헤치는 내용이 아닙니다. 성에 관심을 갖고 성의 세계에 가까이 다가서는 솔랑주를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즉, 등장인물의 감정은
최대한 배제한 채 실제 일어난 사건을 설명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래서 허구에 가까운 소설보다는 사실에 가까운 다큐멘터리 또는 논픽션으로의
분류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의 세계에 눈떠 가는 소녀의 모습을 제3자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이 책이 소설이어서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가끔 머리를 쥐나게 만드는 어려운 책을 읽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긍정적인 메시지 하나 얻지 못하고 책을 덮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책 읽기를 마칠 즈음에는 명확하진 않더라도
어렴풋이 작가와 소통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가시내》는 모르겠습니다. 민망하고 당혹스러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대담하게 공개한 작가의 글쓰기 작업에 감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