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이세현 옮김 / 새잎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단언컨대, 영화의 힘은 대단하다. 2014년 1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뒤 영화의 원작까지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관심은 영화의 개봉과 원작을 확인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영화의 원작이 소설이 아니라 자서전이라는 경악할 만한 사실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노예 12년(2014.1.24. 새잎)》은 지금으로부터 약 170년 전에 발생한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서술한 책이다. 이 책을 직접 기술한 주인공 솔로몬 노섭은 1808년 7월 자유인으로 태어나 자유인인 아내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어 평온한 삶을 살았지만, 1841년 4월 납치되어 노예로 팔린 뒤 1852년 1월 헨리 노섭에 의해 구조되기까지 12년 동안 노예생활을 하였다. 이 책은 가족과 재회한 후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노예제도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솔로먼 노섭의 결심이다.

 

솔로몬 노섭은 납치되어 윌리엄스 노예수용소에 수감된 후 몇 차례 팔리면서 여러 명의 주인 밑에서 일했다. 솔로몬을 샀던 여러 명의 주인 중에서는 노예에게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사람도 있던 반면 노예를 화풀이 혹은 노리개 대상으로 여기며 잔인하고 악랄하게 구는 사람도 있었다. 솔로몬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탈출했던 사건은 - 주인 존 티비츠가 손도끼로 솔로몬을 위협했고 손도끼에 의해 자신이 다칠 수도 있음을 직감한 솔로몬은 티비츠를 폭행한 뒤 도망친다. 티비츠는 도망간 솔로몬을 잡기 위해 사냥개를 풀어 쫓게 한다. -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 그러나 솔로몬이 자신에 대한 주인의 횡포가 부당하다고 느꼈던 것은 자유인으로 태어나 자유인으로 살았던 그의 태생적 뿌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예로 태어나 자유라는 단어와 그 의미조차 모르고 살아가는 수많은 노예들은 주인이 내리치는 채찍을 묵묵히 받아내야 했고 사냥개에 물어 뜯겨 죽어가도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인간이 인간을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노예제도가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오래 전 미국 남북전쟁 전·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비비안 리, 클라크 게이블 주연)」를 보면서 드넓게 펼쳐진 목화밭을 아름답다고 느꼈다. 노예제도와 별개로 목화밭은 남부를 풍요롭고 평온한 이미지로 그리는 데 최적의 배경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예 12년》에서 솔로몬 노섭이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목화밭은 1월부터 12월까지, 365일, 노예들의 쉴 새 없는 중노동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내 머릿속에 새겨진 아름다운 목화밭은 이제 사라졌다.

 

지금, 나는 영화 『노예 12년(2014)』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솔로몬 노섭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겪은 12년간의 끔찍했던 노예생활을 바라보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용기를 내 보려 한다. 현재도 노동착취를 당하며 과거 노예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서!!! (너무 거창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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