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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모든 행동과 태도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점은 ‘나의 만족’입니다. 나의 삶이 오롯이 내 중심으로 움직이려면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 질지, 타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보다 나의 만족도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타인의 인정에 배고파질 때가 있습니다. 주어진 자리에서 맡은 업무를 충실하게 이행하는 나를 알아줬으면 좋겠고, 책 읽기 후 올리는 서평이 많은 사람들에게 즐겨 읽히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매번 나의 만족도와 타인의 인정 사이에서 갈등하지는 않습니다. 타인의 칭찬만이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은 아니니까요. 대신 내가 나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을 때, 그 때가 바로 반짝반짝 빛나는 나와 마주하게 되리라고 믿습니다.
나는 세상을 보는 폭넓은 관점을 갖게 되길 원하는 욕심을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충족합니다. 그리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역할도 책에서 찾고 있습니다. 단언컨대, 내 인생의 스승은 바로, 책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한 가지 단점은,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과장해서 표현하면, 책 읽기를 잠시라도 게을리 할 때는 세상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 강박적으로 책 읽기에 매달리게 됩니다. 게다가 읽어야 할 책은 쌓여있고, 읽고 싶은 책도 계속 늘어나며, 새로운 책도 쉬지 않고 출간되니까요. 먼 훗날 이 세상을 떠날 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읽어야 할 책, 읽고 싶은 책이 책상 위에 쌓여 있으면, 쉽게 눈을 감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故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2005.3.15. 샘터)》를 읽으며 ‘매번 나의 만족도와 타인의 인정 사이에서 갈등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은 거짓임을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은 욕심 때문에 보통보다는 특별하길 원했던 것입니다.
나는 새해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별로 ‘특별’하지 않은 가장 보통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무슨 특별하게 좋은 일이 일어나거나, 대박이 터지거나, 대단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누구나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기괴한 일이 없고, 별로 특별할 것도, 잘난 것도 없는 보통 사람들이 서로 함께 조금씩 부족함을 채워 주며 사는 세상ㅡ 개인적 바람은 우리 어머니 건강이 갑자기 좋아지진 않더라도 보통쯤만 유지하고, 특별히 인기 있는 선생이 되지 않아도 보통쯤의 선생으로 학생들과 함께하고, 나의 보통 재주로 대단한 작품을 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독자들에게 보통 사람들의 보편적 진리를 위해 존재하는 문학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전달할 수 있다면, 내게는 보통이 아니라 아주 특별하게 좋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p.141
생각해 보니 학창시절 방학 계획서도 부족한 공부를 채우려는 욕심이 앞서 쉬는 시간도 없이 촘촘히 짜는 바람에 계획의 절반도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대학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새해가 되면 매년 세우는 계획도 너무 과했습니다. 연말에 연초의 계획을 정리하다 보면 언제나 ‘나는 한 해 동안 뭘 했을까?’라는 생각에 괴로워하기 일쑤였으니까요. 2014년을 맞이하면서 예년과는 다르게 ‘특별’한 보통의 날들을 꿈꿔봅니다. 무슨 특별하게 좋은 일이 일어나거나, 대박이 터지거나, 대단한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누구나 노력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받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기괴한 일이 없고, 별로 특별할 것도, 잘난 것도 없는 보통 사람들이 서로 함께 조금씩 부족함을 채워 주며 사는 세상ㅡ 개인적 바람은 지금처럼 우리 가족이 무탈하고, 특별히 유능한 직원이 아닌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보통쯤의 직원, 책을 통해 특별한 무언가를 얻게 되길 원하지 않고 즐기면서 보통쯤의 책 읽기를 유지한다면, 내게는 보통이 아니라 아주 특별하게 좋은 한 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