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드로잉 노트 : 여행 그리기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1월
평점 :
품절


 

 

무언가를 그리는 행위를 시도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부족한 실력을 아쉬워하며 그림 그리는 시간을 견뎌야만 했던 시절이 끝난 이후로 아마도, 아니 정확하게 처음이다. 학창시절에는 그림을 잘 그리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상을 받을 수 있었으며 선생님께 칭찬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높은 점수도, 상도, 선생님의 칭찬도 받을 정도의 실력이 아니었다. 이럴 때는 단지 평범한 그림 그리기 실력을 타고 났나보다 생각하고 넘어가면 마음이 편안하겠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나가다가도 돌아와서 다시 보고, 누구나 감탄하는 그림 그리기 실력을 갖춘 나의 엄마 때문이었다.

 

그렇다! 이 부분에서 당신이 예측하였듯이 ‘나는 왜 엄마를 닮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미술시간마다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방학을 맞이했던 때에는 엄마에게 가르쳐 달라고 조르고 졸라 -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한 뒤 - 데생을 배우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의 그림 그리기 실력은 크게 향상되는 조짐이 나타나지 않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를 거쳐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적에 반영되는 등 그림을 잘 그려야할 반강제적인 이유가 사라지면서 나의 마음속에 있던 ‘나도 엄마처럼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는 욕망도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끔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수록된 여행에세이를 읽을 때면 10대에 이루지 못했던 그 욕망이 마음속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그리고 2013년 마지막을 향하는 지금! 나는 다시 풋풋했던 시절 간절하게 원했던 그 희망을 이루고자 다시 연필을 들었다.

 

아직 짧은 선도 반듯하게 긋지 못해서 삐뚤빼뚤하고, 동그라미를 둥글게 그리지도 못해서 찌그러진 원이지만 「스케치의 수준은 당신의 소질과는 상관없는 오로지 얼마나 꾸준하게 관찰하고 연습해 봤는가로 결정될 뿐이다(p.16)」라는 말로 내게 용기를 주는 《이지 드로잉 노트-여행그리기(2013.11.19. 진선아트북)》로 나는 매일 한발자국씩 전진하고 있다.

 

나는 아직 이 책의 맨 뒷장을 펼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복잡한 그림 그리기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선 긋기와 납작한 동그라미 그리기 등 기초부터 시작해서 한 단계 한 단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 하루 한 시간을 투자하는 그림 그리기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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