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자 1 : 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 ㅣ 노자, 도덕경 시리즈 1
차경남 지음 / 글라이더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나는 지금도 젊지만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잡생각이 없었습니다. 시험, 과제, 앞으로의 진로 등등 고민거리는 있었지만 걱정할 만한 크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거리 때문에 잠자리를 방해받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잠귀가 밝은 편이어서 깊은 잠을 취하는 게 어렵긴 했어도, 10여분 뒤척이면 쉽게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개인적인 고민이나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잠자리를 방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생각들 때문에 아무리 뒤척여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이 발생했습니다. 뒤척이다가 잠이 들더라도 아침에 깨어보면 잠을 잔건지 아닌지 판단할 수 없을 만큼 피곤했습니다. 고민거리가 걱정거리로 변해버린 탓이겠지요. 나이는 매년 꼬박꼬박 한 살씩 더해지는데 발전된 모습은 찾을 수 없는 나를 보면서 내 마음이 나도 모르는 사이 불안감으로 가득 차버렸나 봅니다. 이런 제게 노자가 말합니다.
자기를 비우는 것이
진정으로 자기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p.113)
오래 전 읽었던 법정스님의 「무소유」로부터 소유하려는 집착을 버림으로써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는 진리를 지각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알게 되었을 뿐, 행동과 마음으로 그 깨달음을 실천할 수는 없었습니다. 더 많은 책을 읽어서 넓고 깊은 지식을 얻고 싶은 욕심, 책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끝없는 책 욕심, 10년 후에는 더 좋은 차를 타고 싶은 욕심, 세상 여러 곳을 여행하고 싶은 욕심 등등 ‘물질적으로 가득 채우고 싶어지고, 정신적으로는 예리해지고 싶어(p.140)'졌습니다. 그러나 소유하고 싶은 욕심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표출되었습니다. 혹시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되는 건 아닐까, 아무런 발전 없이 제자리걸음에서 멈추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서 오는 불안감입니다. 이런 제게 노자는 말합니다.
허(虛)의 극치에 도달하여
깊은 고요(靜)를 지켜라.
그러면 만물이 어지러이 일어나는 가운데도
그것들의 되돌아감을 볼 수 있도다. (p.246)
노자의 사상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이면서 핵심개념은 ‘무위(無爲)’입니다. 노자는 무위(無爲) 즉, 비움의 철학을 통하면 영원한 고요의 세계, 절대지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에게 절대지의 도달은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아니,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게 절실한 사람들에게는 단지 삶이 피폐해지는 것만 피하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이 지금처럼 피폐하게 된 이유가 모두 무위(無爲)의 개념조차 이해하려고 하지 않은 행태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요.
《노자 1, 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2013.10.24. 글라이더)》는 중국 사상가 노자의 철학이 담긴 책 『도덕경』을 이해하기 쉽게 번역하고 해석을 달아낸 책입니다. 지금껏 읽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노자의 도덕경」을 용기 내서 읽게 된 이유는 ‘현실에 대한 진지한 통찰, 전 세계 철학자들의 사상과 비교한 해설’이 뛰어나다는 책 소개 때문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은 원문이 산문적이지 않고 운문적이라서 무한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도덕경』의 다른 해설서를 읽은 적이 없어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의 해석은 노자가 말하는 ‘도’를 평범한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놓았습니다. 책을 집중해서 읽는 동안 노자가 전달하고 싶은 철학이 어렴풋이 손에 잡히는 듯했습니다. 물론, 책을 덮고 나면 눈앞이 캄캄해지지만요.
《노자 1, 진리는 말하여질 수 없다》의 일독(一讀)으로 「노자의 도덕경」을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통독과 정독이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도덕경』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는 출발이 나를 들뜨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노자의 비움의 철학에서 현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깨우쳐야 할 진실을 알게 되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