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2.12.19. 현대문학)》을 읽은 후 『인연』이라는 단어의 신비로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이 재미삼아 던지는 장난스런 질문에도 진지한 자세로 임하며 ‘고민 상담소’를 운영했던 나미야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사람과 사람들의 인연은 히가시노 게이고가 만들어 낸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아름다웠다. 책장을 덮은 후 따뜻해진 가슴에 책을 품은 뒤 꼭 어디엔가 존재할 것만 같은 그 푸근한 나미야 할아버지를 떠올렸더니 싱숭생숭했던 마음도, 이리저리 헤집어서 복잡했던 머릿속도 한순간 평화로워진 기분이다.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나미야 잡화점’이란 간판이 달려있는 오래된 폐가와도 같은 주택에 남자 세 명이 숨어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쁜 짓을 한 뒤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남자 세 명은 그곳에서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고민 상담 편지를 받게 된 것. 그들은 어떤 영문인지도 모른 채 ‘나미야 잡화점’에 익명으로 날아 든 고민거리가 담긴 편지를 읽은 후 상담 편지를 쓰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들에게 날아든 편지는 과거라는 시간에서 쓰여 진 것이라는 점. 소설 속 도둑으로 등장하는 세 명의 남자도 당황스러워하지만, 소설을 읽는 나 역시 우편함에 들어 온 고민 편지와 우유 상자에 넣으면 사라지는 상담 편지라는 스토리와 현재 상담 편지를 쓰는 사람은 나미야 할아버지가 아닌 세 명의 남자라는 스토리가 과연 이 소설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무척 궁금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히가시노 게이고만이 만들어 낼 참으로 엉뚱하고 기발한 이야기라고 만 생각하였다.

 

첫 번째 이야기인 올림픽 출전이 꿈이지만 곧 죽음을 앞둔 사랑하는 연인 때문에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운동선수’, 두 번째 이야기인 할아버지 대부터 운영된 가업인 생선가게를 물려받지 않고 자신의 꿈인 음악의 길을 가고 있지만 신통한 성과를 내지 못하던 차에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자신의 꿈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와 생선가게 일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아마추어 뮤지션’의 고민을 상담해 주는 사람은 ‘나미야 할아버지’가 아닌 ‘나미야 잡화점’에 침입한 세 명의 남자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나미야 할아버지’는 3장에서 등장하는데 ‘나미야 잡화점’이 어떻게 시간을 거스르며 타임머신의 역할을 하게 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 뒤 실제로 ‘나미야 할아버지’와 상담 편지를 주고받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최근 나는 내 미래의 진로에 대해 정말 오래간만에 진지하게 고민하는 참이다. 언제부터인가 변화를 위해서, 발전을 위해서 현재의 위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요즘처럼 그 생각이 간절한 때가 없었기 때문에 무척 마음이 무겁다. 이럴 때 익명성이 보장되면서도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고민 상담을 할 수 있는 ‘나미야 할아버지’가 내게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새삼 히가시노 게이고(?)와의 인연도 참으로 소중하다고 느껴질 만큼 오늘 밤은 참으로 엉뚱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엄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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