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죽이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아버지 죽이기(2012.10.10. 열린책들)》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소설로 우리 곁으로 돌아온 아멜리 노통브는 무심한 듯 던져지는 문체가 매력적인 작가다. 노통브는 독자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유인구를 던지지 않고 바로 직구를 던져 승부한다. 그 묵직한 직구가 얼마나 심장을 떨리게 만드는지, 그 매력은 노통브의 작품을 읽어봐야 느낄 수 있다. 정말 오래간만에 노통브의 신간을 내 품 안에 안으니 행복 지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한다.

 

《아버지 죽이기》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면서 엄마에게 조차 버림받았지만 마술에 비범한 재능과 남다른 열정을 가진 열다섯 살 소년 조 위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아버지 죽이기’라는 제목만 보고서는 섬뜩하겠지만, 소설의 제목 속뜻은 어른이 되기 위해 아버지를 넘어서야 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욕망을 과장하여 표현하였을 뿐이다. 소설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깊고 끝없는 갈망을 가진 소년이 아버지를 선택하고 자신이 선택한 아버지보다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스신화 오이디푸스에서 딴 말로 정신분석학에서 프로이드가 쓴 용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정신 발달 단계에서 남자 아이가 아버지에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문학작품에서도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진다. 노통브의 소설 《아버지 죽이기》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연관 지어 볼 수 있는데, 자신의 스승이자 아버지인 노먼을 극복하고 어른(남자)이 되기 위해 노먼의 여자, 크리스티나를 사랑하고 노먼의 경력에 흠집을 내면서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조와 만나게 된다. 하지만 소설은 아버지를 극복한 아들과는 반대로, 아들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아버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꽤 무겁게 마무리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이상적으로 극복하고 성장한 아들과 달리, 아들과의 분리에 큰 불안을 느끼며 더 큰 의존 욕구를 보이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왠지 애잔한 감정에 빠지게 된다.

 

노먼은 마술의 목적을 『현실을 의심하도록 타인을 이끄는 것(p.32)』이라고 말했다. 조는 스스로의 삶에서 마술의 목적을 실현시켰지만, 노먼은 조보다 먼저 위대한 마술사가 되었으면서도 삶을 통해 마술의 목적을 구현하지 못했다.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는, 진짜 마술과도 같은 삶을 《아버지 죽이기》에서 노통브가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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