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녀의 연쇄 독서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의 연쇄
김이경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신간의 유혹은 치명적입니다. 좋아하는 작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이 출간되면 읽고 싶은 욕심으로 잠을 설칠 지경입니다. 게다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을 아직 읽지 못한 경우라도 생긴다면 마음이 조급해 집니다. 그리곤 참지 못하고 구매 버튼을 클릭하고 맙니다. 책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시간부터, 드디어 책이 도착해서 내 품에 안길 때까지, 그 반가움과 설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기쁨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가끔은 끊이지 않고 도착하는 책들 때문에 좀 더 깊고 넓은 독서를 하겠다는 다짐을 지키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아니, 전혀 지키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일 년에 백 권 혹은 백 오십 권의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훌쩍 넘기기는 쉽지만 인문학적 내공을 쌓겠다는 목표는 쉽게 달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의 연쇄’라는 부제가 달린 《마녀의 연쇄 독서(2012.7.10. 후마니타스)》는 필독, 다독의 강박에서 벗어나 책이 나를 부르는 독서를 제시하는 책입니다. 연쇄가 일어나는 유형은 작가, 주제(주제어), 인물로 시작해서 개인적인 이유까지 다양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사소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독서가 연쇄에 연쇄를 거듭하며 스스로도 놀랄 근원의 독서(p.14)로 발전해 나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며, 이는 베스트셀러나 추천 도서 목록을 좇아 읽을 때는 경험하기 힘든 의외의 만남이고 시야의 확장(p.15)이라고 말하면서 이것을 『연쇄 독서의 매력』으로 꼽습니다. 아, 나도 이 매력에 흠뻑 취하고 싶다고 바라게 되었습니다.
《마녀의 연쇄 독서》에서 저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들의 연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줍니다. 두 작품의 여주인공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부터 시작된 첫 번째 연쇄는 제인 오스틴의 「엠마」에서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 연쇄1」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담 보바리」에서 줄리언 반스의 「플로베르의 앵무새 : 연쇄2」로,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서 토니 주니퍼의 「스픽스의 앵무새 : 연쇄3」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계속된 꼬리를 무는 책들의 연쇄는 토머스 게이건의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 : 연쇄24」에서 멈춥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서 시작된 연쇄 독서가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독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웠지만 실제 연쇄 독서의 주체가 ‘나’라고 가정한다면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임을 예감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악전고투하겠지요. 아니, 책의 연쇄가 거듭될수록 더욱 더 힘들다고 여길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아무리 작정해도 뜻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연쇄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독서를 하고 그 독서에서 생각지도 못한 배움을 얻었다(p.256)고 밝혔듯이, 나 역시 평소의 독서 습관에서는 얻지 못한 뜻밖의 배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곧 시작해야겠습니다. 무엇으로부터 연쇄의 첫 고리를 시작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서 나만의 연쇄 독서 목록을 만들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