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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타인의 서평을 즐겨 읽지 않는 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반드시 읽어야 할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읽지 않는다. 책에 대한 견해와 관련해서는 오직 나의 판단만을 신뢰한다는 독단적인 관점에서 오는 고집스런 행동이다.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작업이 내 삶의 일부이고, 내가 쓴 서평을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며, 나아가 내 서평이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길 원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나의 행동은 참으로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평생 고쳐지지 않을 모순이라는 점도 알고 있다. 그런데 작년 초 박완서 작가의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를 읽으면서 타인의 서평도 읽을 가치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책에 수록된 박완서 작가의 서평은 책을 읽지 않고도 그 서평만으로 충분하다고 느끼게 만든 첫 번째 글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또 다시 그런 생각을 갖게 만든 책을 만났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이 책에 수록된 서평은 해당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는 점이다. 소개하는 책을 읽고 소화시킬 능력이 내게 없음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든 꼭 이해하고 싶게 만든다.
작년 모 신문에서 최재천 교수의 글을 접한 적이 있다. 독서를 단순히 취미로 하지 말고 모르는 분야를 치열하게 읽으라고 말하는 그의 글은 한 때는 열정적이었던 독서와 서평 쓰기가 습관처럼 되어 버려 나태해져있던 당시의 내게 따끔한 충고를 전해 주었다. 그래서 취미 독서가 아닌 기획 독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이 책 《통섭의 식탁(2011.12.30. 명진출판사)》을 보았을 때 무척 반가웠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독서할 때도 편식한다. 좋아하는 분야, 이해할 수 있는 분야의 독서만을 즐긴다. 나 역시 그러하다. 핑계를 대자면 독서는 머리 아픈 전공 서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 스트레스로 가득한 회사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니 굳이 부담스러운 책을 찾아 읽고 싶진 않다. 그러나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기획 독서의 필요성도 절감한다. 기획 독서로 통섭형 인재로 변화할 수 있다면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가는 현재와 미래의 시간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통섭의 식탁》을 읽다보면 여기서 소개하는 책들을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직접 읽기를 시도했을 때는 머리를 쥐어뜯게 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최재천 교수가 소개하는 책 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가서 꼭 읽고 싶은 책은 「침팬지 폴리틱스」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온라인 서점, 오프라인 서점 모두 품절이라 구입할 수가 없어서 실망했다.
《통섭의 식탁》을 읽으면서 내가 읽은 책을 발견해서 뿌듯했다. 바로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인데, 이 책을 읽기 2년 전 「모리스 메테를링크의 벌」을 통해 접한 벌의 세계가 무척 신비로웠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던 책이다. 쉽게 이해할 수 없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분야의 책이라고 할지라도 한 권, 두 권, 세 권, 여러 권 읽다보면 지식의 영역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하는 최재천 교수의 말에 신뢰가 갔다.
최재천 교수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말한다. 그리고 《통섭의 식탁》을 통해 기획 독서의 입구까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통섭의 식탁》을 읽고 얻은 개인적인 수확은 과학으로 분류되는 책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꼽고 싶다. 제일 먼저 읽고 싶은 책은 품절도서라서 무척 실망했고, 매일의 일상이 바빠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는 책만 읽고 싶지만,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최재천 교수가 차려놓은 식탁을 받아서 맛있게 먹어볼 생각이다. 처음에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속이 더부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