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홍연미 옮김, 찰스 키핑 그림 / 열림원 / 2011년 7월
평점 :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공포는 저마다 다르다. 나라마다 다른 문화적 특징이 반영된 결과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공포를 느끼는 대상을 살펴보면 처녀귀신이나 구미호를 찾을 수 있다. 반면에 서양귀신의 대표라 할 수 있는 드라큘라는 공포심보다는 두려움이 잠재된 호기심이라고 하면 적절할 듯싶다. 하지만 뱀파이어와 인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큰 사랑을 받은 소설 <트와일라잇> 덕분에 서양에서 조차도 흡혈귀라는 종족은 두렵고 무서운 존재에서 멋있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그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면서 과거 드라큘라 백작과 반 헬싱 교수가 등장하는 고전의 틀에서 점차 벗어나 초자연적인 힘을 갖고 있으면서 인간과 친화적인 새로운 흡혈귀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보았던 수많은 드라큘라 작품 중에서 게리 올드만과 키아누 리브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톰 크루즈가 등장한 영화도 기억한다. 또한 반 헬싱을 제목으로 삼은 영화도 있었다. 모두 흥미롭게 본 흡혈귀 작품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드라큘라의 원작을 제대로 감상한 적은 없다. 그런데 ‘열림원‘에서 찰스 키핑의 삽화를 첨부하여 흡혈귀 문학의 대표적 고전으로 손꼽히는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2011.7.25.)》를 출간하였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에 읽게 되었다.
이 글 처음을 드라큘라의 존재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그 말을 취소해야겠다. 찰스 키핑의 괴기스런 삽화는 드라큘라가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존재인지 온 몸으로 느끼도록 돕는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에 펼쳐든 《드라큘라》에서 전해지는 오싹해진 기분 덕분에 더위를 느낄 잠깐의 순간도 없다. 등장인물들의 일기, 편지, 신문기사 등으로 전개되는 《드라큘라》는 익숙한 내용 탓에 자칫 공포 소설의 최고 자리를 내어 놓아야 할 처지에 놓일 뻔했지만 찰스 키핑의 삽화 덕분에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드라큘라의 원작을 읽는 기분은 흥미로웠다. 또한 어두워진 뒤에는 책을 펼쳐보기 망설여지지만 두툼하고 단단한 책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커서 손에서 책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올 여름, 최고의 공포 소설을 원한다면 흡혈귀 문학의 대표적인 고전인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찰스 키핑의 삽화가 만난 바로 이 책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