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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 도시를 삼키는 거대한 구멍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7월
평점 :
2010년 겨울,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작은 건물이 내려앉는 사고를 취재한 뉴스를 본 것이 소설 《싱크홀(2011.7.28. 황소북스)》을 쓰게 된 계기라고 말하는 작가의 글을 읽고 인터넷에서 ‘싱크홀’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싱크홀은 지하 암석이 용해되거나 기존의 동굴이 붕괴되면서 땅이 꺼지는 현상(p196)을 말하는데요. 가깝게는 중국, 멀게는 미국과 독일 등지에서 발생한 미스터리 현상 싱크홀에 대한 적지 않은 기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건물이 땅 속으로 사라진다니 놀라우면서도 두려운 마음에 몸을 잔뜩 움츠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사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싱크홀도 포함되어 있다는 게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소설 《싱크홀》에서는 지상 123층, 지하 7층의 거대한 육체를 자랑하는 시저스 타워가 땅 속으로 꺼지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건물과 함께 땅 속으로 약 2천명의 사람들도 함께 사라집니다. 전문가들은 562미터 높이의 건물을 집어삼킨 싱크홀이 직경 180미터, 깊이 최소 700미터, 최대 1000미터라고 추정합니다. 상상으로도 감히 짐작하기 어려운 어마어마하게 큰 구멍이 생긴 겁니다. 하지만 주변의 추가 붕괴 위험이 높아 접근하기도 힘든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런 위험한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위험천만한 싱크홀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싱크홀 안에 갇힌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함입니다.
소설은 시저스 타워 참사가 일어나기 전 7일부터 후 7일까지로 나뉩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 오랜 시간 서로의 마음을 헤아려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어머니와 아들, 남편과 아내, 그들에게는 각자의 상처가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상처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했을 때 더 쉽게 그리고 빨리 회복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싱크홀을 사이에 두고 드디어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합니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인간이 최고인 듯 군림하려 합니다. 동식물을 함부로 다루며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아 넘기지 못합니다. 하지만 싱크홀과 같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미스터리한 자연의 힘 앞에서는 무기력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빛을 발하는 건 인간의 사랑입니다. 오로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 말입니다.
《싱크홀》은 최근 이재익 작가의 〈압구정 소년들〉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떠올라 읽게 된 작품입니다. 고층건물 붕괴라는 대재앙을 겪으면서도 다양하게 반응하는 인간군상을 바라보면서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떠올라 씁쓸했습니다. 그러나 위험하고도 절박한 상황과는 달리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평범해서 완전한 몰입이 어려웠습니다.
책 읽기를 마친 뒤 소설에서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빌었습니다. 그저 가상의 이야기로 끝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영원히 이어지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