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야의 달력 - 마야 문명 최대의 수수께끼에 얽힌 진실
베른트 잉그마르 구트베를레트 지음, 박병화 옮김 / 열음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책상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책장에는 손만 뻗으면 꺼낼 수 있는 책이 꽂혀있다. 주로 바라만 봐도 흐뭇해지는 책, 가장 좋아하는 책들이 꽂혀있는데 그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책은 바로 ‘세계일주’에 대한 팁을 제공하는 두꺼운 책이다. 가끔 들여다보면서 떠날 수 없는 현실에서 도망치곤 하는데, 가고 싶은 곳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그 많고 많은 나라와 도시 중에서도 고대 유적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잉카의 공중도시 마추픽추, 아스텍인들에 의해 ‘신들의 도시’라 불렸던 피라미드의 도시 테오티와칸, 크기 20미터 무게 90톤의 사람얼굴모양 석상이 존재하는 이스터 섬 등 고대인들이 남긴 웅장하고 거대한 발자취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호기심을 갖고 있는 곳은 마야문명유적지인데 지금이라도 당장 과테말라와 온두라스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마야문명에 대한 내 호기심은 마야족이 남긴 거대한 건축물에 한정된다. 단순하게 사람의 힘만으로는 무거운 돌들을 그 높은 곳으로 운반해서 쌓기는 불가능한 일이었을 터. 분명히 그들은 뛰어난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는 문명인이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들을 상대로 이런 저런 상상에 빠지곤 했는데 이번에 마야문명에 대한 읽을거리를 찾게 되었다. 바로 《마야의 달력(2011.5.5. 열음사)》이다.


‘마야문명 최대 수수께끼에 얽힌 진실’이라는 부제가 달린 《마야의 달력》은 현재 통용되고 있는 달력이 완성되기까지의 역사를 훑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인류는 물론이거니와 자연과 사물도 제각각 변천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그동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달력에도 역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얼떨떨했다. 하지만 단순하게만 보이던 달력에도 종교와 정치적인 이념이 반영되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했다. 또한 중앙아메리카 고대 문화의 기원과 마야 왕국의 흥망성쇠에 대해서 설명한다. 조금 지루한 면이 있지만 마야문명의 역사와 정치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이 모두 생소한 이야기들이었기에 대체적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무척 큰 기대를 했었다. 이 책이 비밀의 문으로 닫혀있어 누구도 입장을 허락하지 않는 마야문명으로의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고, 뛰어난 수학 지식과 천문학적 지식으로 유명한 마야문명 중에서도 ‘마야 달력이 예견한 2012년 지구의 종말’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 수록되어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궁금증만 커질 뿐, 내가 기대했던 속 시원한 답은 책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단지 2012년 종말론이 근거 없는 이야기라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텔레비전에서 마야 유적지를 찾아가는 여행기를 본적이 있다. 깊고 깊은 숲을 걷고 또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힘든 여정이지만 막상 정상에서 고대 마야인의 흔적과 마주하게 되었을 때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벅찬 감격이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마치 군인의 행군과도 같은 힘든 여정을 보면서 텔레비전을 통한 간접경험을 다행스럽게 여겼던 게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언젠가 그곳에 갈 수 있을까. 지금은 마야 문명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 알게 된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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