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 개항부터 해방 후까지 역사를 응시한 결정적 그림으로, 마침내 우리 근대를 만나다!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1년 6월
평점 :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면 어느 집안이든지, 어느 민족이든지, 어느 나라든지 아팠던 기억 한 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가 아니 우리가 겪었던 아픔이 가장 최고의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엄살로 비처질 수도 있다. 최근 폴란드의 역사에 대해 쓴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네들 또한 우리 못지않게 힘겨운 역사를 간직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고대, 중세, 근세를 보내고 근대로 넘어오면서 격동의 시기를 보냈던 우리의 역사가 유독 더 아프게 느껴지는 건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떨어질 만큼 떨어져서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을 정도로 밑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왕권이 유지되던 시기, 흥선대원군이 왕권강화를 추진하면서 우리의 근대사는 시작된다. 어디서든 변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통이 따라오듯이 우리의 근대사도 평탄치 못했다. 특히 청나라와 일본, 러시아 등의 경제 침탈이 심해졌고 급기야는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는 불운을 겪게 된다. 그 아팠던 역사의 시간을, 눈이 시리도록 그리운 우리의 풍경을 여기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바로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2011.6.3.김영사)》이다.
외국인 화가가 그린 서울의 모습과 명성황후의 사촌동생 민상호, 고종황제의 초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하는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은 1898년부터 1958년 사이에 그려진 외국 화가들과 우리 화가들의 그림 86점이 소개된다(p6). 대한제국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던 고종 황제, 그런 고종의 밀사로 활동했던 명성황후의 조카 민영찬, 우리 민족의 원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소식을 전하는 여러 신문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인 한강과 대동강을 오르내리던 황포돛배 등 안쓰럽지만 동시에 그리운 우리의 역사가 그림과 함께 그려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후인 순종의 두 번째 부인 순정효황후와 덕혜옹주가 겪어야만 했던 고통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그녀들의 불행은 조선 팔도 모든 여성의 불행이기도 하기에 그러하다. 또한 초등학교 시절 멋모르고 샀던 크리스마스실과 관련된 역사도 관심 있게 읽었다.
그림으로 읽는 역사서는 새로우면서도 흥미로웠다.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역사 지식은 평면적인 단순한 사실에 불과했지만 그림을 보면서 읽는 역사는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이 책은 역사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말하고 싶은 정도다. 우리의 근대사를 보면 어떻게 그토록 무기력할 수 있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하지만 아플수록, 불편할수록 더 가까워져야 한다. 그림으로 읽는 한국의 근대사로 먼 거리를 좁혀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