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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피넛 1
애덤 로스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사회 통념상 결혼적령기라고 생각하는 나이를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 미혼인 나에게, 이미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는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결혼이란 내가 낳은 아이와 다 큰 아이 한 명을 동시에 키우는 일’이라고들 말한다. 연애할 때 멋지고 예쁜 모습만 보던 것과 달리 결혼은 현실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볼꼴, 못 볼꼴 등등 별꼴을 다보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들어가는 게 결혼이라고도 한다. 죽도록 밉다가도 죽도록 사랑스러운, 그런 이상야릇한 감정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게 결혼생활이 아닐까 싶다.
신혼을 보내는 부부의 모습을 묘사한 단어 중에 ‘알콩달콩’이란 단어가 있다. 신혼부부의 사랑을 이보다 더 질투가 나도록 표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결혼이란 제도에 입장하지 않은 내가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결혼생활은 불행보다는 행복에 더 가깝다.
그런데 이 책 《미스터 피넛 1,2권(2011.3.21. 현대문학)》을 읽으면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가 모르는 결혼생활의 진면목은 행복보다 불행에 가까운 게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설마 세상의 모든 유부남들이 자신의 아내를 죽이는 꿈을 꾸겠느냐 만은,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데이비드 페핀이 처음 아내 살해를 꿈꾸었을 때 그것은 자기 손으로 해치우는 식은 아니었다(p9)로 시작하는 《미스터 피넛(1,2권)》은 세 명의 남자를 등장시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그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세 명의 주인공은 고도비만으로 다이어트의 시도와 실패를 반복하는 아내 앨리스가 죽기를 꿈꾸는 페핀, 어떤 방법을 써도 침대에서 꼼짝하지 않는 아내 때문에 생활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형사 해스트롤, 전직 의사인 형사 셰퍼드는 아내의 살해 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사건의 중심은 아내의 죽음을 꿈꾸는 페핀의 상상이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앨리스가 땅콩을 먹다가 죽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과연 앨리스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를 밝혀내는 이야기라고 하겠다. 그리고 타살이라면 남편인 페핀이 살해 용의자인지도 함께 밝혀낼 의문점이다. 연애 시절에는 ‘사랑’ 때문에 다투기 바쁜 연인들이 결혼 후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점점 더 무뎌져가는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 추리소설인가 싶으면 미스터리 소설인 것 같고, 미스터리 소설인가 싶으면 추리소설인 것 같은, 한 마디로 흥미로운 소설이다.
초콜릿에서 단맛만 나는 게 아닌 것과 같이 사랑도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란 진실은 안다. 그러나 결혼생활이 사랑이란 감정을 증오, 무관심에 이르기까지 한다는 건 너무 잔인한 발상인 것 같다. 나는 여전히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니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