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어제 오후 헬스클럽에서 운동에 열중하고 있을 때 의식을 깨우는 한 단어가 들려왔습니다.  지병이 갑자기 악화되어 하늘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설마, 했습니다.  암 투병 중이었다는 소식도 처음 접했기에 너무 놀랐습니다.  믿을 수 없는 소식에 하던 운동을 멈추고 한참을 텔레비전 앞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박완서 작가의 별세 소식은 저에게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갑작스런 소식이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박완서, 그 분은 전쟁과 개인사의 아픔을 글로 승화시킨 작가로 유명합니다.  한국전쟁과 그 후 우리 사회를 절벽으로 내몰았던 격변의 시기를 온 몸으로 견디며 살아낸 인고의 세월을 글에 담았고, 남편과 아들을 먼저 보내야만 했던 슬픔을 글에 담았습니다.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시대,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좋았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너무 많은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은 하는 것보다 하지 않은 게 더 좋았을 것들이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이들은 쓸 수 없었던 아름다운 작품을 탄생 시킬 수 있었던 것이라는 약간은 허망한 이유로 마음속으로 그 분을 위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분이 떠나셨으니 내가 나를 위로할 차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분이 떠나신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여전히 그 분의 글은 우리 곁에 남아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은 역시, 그것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틀 전부터 읽기 시작한 책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2010.8.2. 현대문학)》는 노년의 작가의 생활을 보여주는 글로 엮었습니다.  20대에 겪었던 625전쟁과 관련된 과거의 시간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현재에서 과거로, 그렇게 작가가 흘려보냈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진행됩니다.  작가는 참 많은 아픔을 가슴에 담고 있으면서도 어쩜 이렇게 잔잔하면서도 담백한 글을 쓸 수 있을까를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습니다.  또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을 읽고 쓴 서평도 수록되었습니다.  내가 이미 읽은 책이 보이면 반가웠고, 내가 아직 읽지 못한 책이 보이면 어떤 작품인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서평을 읽은 후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읽어야 할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서평만으로 충분합니다.  마지막은 김수환 추기경님과 박경리 작가, 박수근 화백을 그리워하며 쓴 글을 보여줍니다.  세 분을 그리워하는 절절한 마음이 느껴져 눈물을 찔끔거렸습니다.




책을 덮고 표지를 가만히 들여다보았습니다.  붉은 바탕에 흰 꽃이 흩날리는 표지가 아름답지만 왠지 슬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박완서 작가가 못 가본 길 그리고 내가 못 가본 길이 떠올라서였을까요.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고 말하는 작가의 글이 오늘따라 무척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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