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에게 닿기를 소망한다 - 따귀 맞은 영혼들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따귀 맞은 영혼들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이란 부제가 달린 책 《너에게 닿기를 소망한다(2010.10.27. 21세기북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자기애로 번역해서 부르는 나르시시즘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나르시시즘은 ‘자기 자신에게 애착하는 증상’을 말하는 것으로,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미소년 나르키소스에게서 유래하였다. 나르키소스는 샘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랑하게 되어 그곳에서 떠나지 못하고 물만 들여다보다가 샘물에 빠져 죽었는데, 그가 죽은 자리에서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꽃을 그의 이름을 따 나르키소스 즉, 수선화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 용어로 도입한 뒤로 이 말이 널리 알려졌다고 하는데, 모든 관심이 자기 자신에게 쏠려 있는 이 증상은 자신을 완벽한 사람으로 여기면서 환상 속에서 만족을 얻는다고 한다. 바로, 나르키소스처럼 말이다.
《너에게 닿기를 소망한다》의 저자는 서문에서 「관계의 방식은 한 사람이 자기평가를 내릴 때 상대방의 확인과 증명을 얼마나 강하게 요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이는 긍정적인 자존감을 가진 자는 자기평가를 타인에게서 찾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서 찾지만, 부정적인 자존감을 가진 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자존감을 확보하기 위해서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로, 저자는 부정적인 자존감을 가진 자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책은 「나르시시즘적 동기에서 생겨난 역기능적 관계 패턴과 나르시시즘적 성격을 지닌 사람들의 심리적 결핍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책」이라고도 설명한다.
이 책은 나르시시즘과 나르시시스트의 개념을 설명하고, 나르시시즘적 문제와 특징, 나르시시스트의 유형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르시시즘적 성격의 특징이나 행동 방식에 대한 설명은 다양하고 많은 인물들의 사례와 함께 제시되기 때문에 쉽게 이해된다. 나르시시즘적 구조를 지닌 인물로 성장하게 되는 원인 - 거부당했던 경험이 상처로 남은 아이, 어린 시절부터 특별했거나 특별한 아이로 키워진 경우 등 - 도 분석하는데, 나르시시즘적 결핍을 지닌 인물들은 자신이 쳐놓은 덫(기대, 희망, 동경, 소망)에 갇혀 나중에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다고 말한다. 사랑받기 위해서 상대방의 요구는 무엇이든 들어주거나, 상대방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등 비틀린 자존감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 형성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나르시시즘적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나는 최근 ‘소통의 부제’를 해결하려는 심리학책을 여러 권 읽었다. 너, 나가 아닌 우리로 묶어 주는 소통의 공간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너에게 닿기를 소망한다》도 이런 맥락의 책으로, 잘못된 자기애의 회복이야말로 너와 나의 소통, 사회와 나의 소통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자신도 모르는 상처가 나르시시즘적 문제로 발전하여 타인과의 관계를 삐걱거리게 만드는 원인으로 발전한 것은 아닌지, 이 책의 도움을 받아서 살펴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