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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자, 아얀 히르시 알리
아얀 히르시 알리 지음, 추선영 옮김 / 알마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 검색창에 ‘소말리아’라고 적은 뒤 엔터키를 눌렀다. 내가 갖고 있는 소말리아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무시무시한 소말리아 해적과 몇 년 전 〈사막의 꽃〉을 읽으면서 알게 된 종교와 전통이라는 이름아래 고통 받는 여성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사실 뿐이었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전으로 어지러운 국가라는 사실도 소말리아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갖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하고 모가디슈가 수도이며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 소말리아는 그렇게 위험하고 무질서한 나라라는 인상이 깊게 각인되었다.
《이단자 아얀 히르시 알리(2010.10.7. 알마)》는 「타임」이 2005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한 정치인 ‘아얀 히르시 알리’의 자서전이다.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케냐, 에티오피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슬람교도로 성장한 히르시 알리는 먼 사촌과의 강제 결혼을 피해 난민 신분으로 네덜란드로 건너온다. 처음 히르시 알리는 독일, 네덜란드에서 직접 체험한 현실과 자신의 정체성인 이슬람과의 괴리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여전히 가족과 가문을 위해 자신의 도리를 다하려고 노력한다. 학교에서 정치학을 배우기 시작했고 정계에 입문해서 네덜란드 하원의원으로 당선된다. 하지만 9.11 사태 이후 이슬람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소말리아 사람들의 편협함과 이슬람의 이중성, 오만함을 고발한다. 이슬람 여성들의 인권을 다룬 단편독립영화 〔복종〕을 만든 후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는 이슬람주의자에게 암살당하고, 히르시 알리 역시 살해협박에 시달리게 된다.
히르시 알리의 삶은 투쟁의 연속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녀는 이슬람교도들의 협박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의 조국이며 정신적 뿌리인 소말리아와 이슬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내려놓지 않는다. 이슬람 여성을 억압에서 구해내기 위해 그리고 문화적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계몽운동을 펼치고 있다. 정의롭고 용감하다.
이슬람 사회의 오랜 악습인 여성 인권 유린 문제를 고발하는 책과의 만남은 유쾌하지 않다. 같은 여성으로 그들의 아픔을 도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 절망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망스러운 현실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신념을 가진 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놀랍고 자랑스럽다. 털어놓기 힘들었을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히르시 알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계몽과 개혁의 중심에서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가고자하는 길을 계속 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