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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 신의 존재에 관한 한 과학자의 견해 ㅣ 사이언스 클래식 16
칼 세이건 지음, 박중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신의 존재에 관한 한 과학자의 견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2010.7.25. 사이언스북스)》은 1985년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열린 칼 세이건의 기퍼드 강연을 정리한 책이다. 아홉 번에 걸친 기퍼드 강연에서 우리는 칼 세이건이 말하는 자연 신학에 대한 지식을 만날 수 있다. 즉,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그의 이해와 탐구를 확인할 수 있다.
다섯 살 때 영세를 받은 나는 현재 냉담 중이다. 나는 대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몇 년 동안 성당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다. 내가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진 가장 큰 이유는 하느님을 향한 내 믿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면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존재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하느님은 과연 존재할까? 라는 의문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마음에 품는 것만으로도 죄책감을 느낀다. 그래서 더더욱 성당에 갈 수가 없었다. 신의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을 읽으면 나의 복잡한 생각이 정리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그리고 과학자가 신의 존재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신의 존재 여부는 오랫동안 논쟁의 중심에 있다. 지금까지 누구도 속 시원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에서 칼 세이건은 신의 존재를 증명해 내려고 하지 않는다. 또한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도 않는다. 다만 성(聖)스러움을 대변하는 기적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발전해 온 종교에 대해서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한다. 그는 과학을 생각의 도구로 사용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대중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 책이 그 결과물의 일부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을 읽으면서 이 책이 과학 서적이라는 사실을 가끔씩 잊어버렸다. 그만큼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그의 의견과 주장을 일관적으로 정리할 수는 없었다. 이를 도와준 것은 이 책의 마지막 ‘질문과 답변’이다. ‘질문과 답변’은 그가 강연에서 청중들과 나누었던 질문과 답변 시간에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담은 내용이다. 여기서 본문에서 보다 더 솔직한 그를 만날 수 있다.
과학은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학문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출간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우주’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책 <코스모스>가 존재하는 것처럼 과학이 어려운 학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을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칼 세이건이 골수성 백혈병으로 1996년에 하늘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았다. 훌륭한 학자 한 명을 너무 빨리 잃어버렸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나는 어쩌면 과학자인 칼 세이건이 신의 존재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지 미리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모른 척 했을 뿐이다. 신의 존재는 이성적으로 따질 문제는 아니며 믿음의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 나의 고민에 대한 멋진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었는데 머릿속이 더 복잡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