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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 -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덤빈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 ㅣ 탐나는 캠핑 3
허영만.송철웅 지음 / 가디언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허영만 화백의 집단 가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가 보다. ‘집단 가출’이란 제목으로 허영만 화백과 동료들의 여행기를 엮은 책을 읽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 말이다. 2007년 여름, 허영만 화백과 동료들의 캐나다 여행기를 엮은 <허패의 집단 가출>을 읽은 후 심하게 마음을 앓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 역시 그들처럼 가출을 해서라도 캐나다로 떠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떠나고 싶은 마음은 현실과 다르기 때문에 마음을 잘 다스릴 수밖에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경우이기도 하다. 이 책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2010.7.6. 가디언)》를 발견했을 때 과거 그 감정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어쩌면 이 책을 읽고서는 나도 그들처럼 바다로 나가고 싶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어쩐다, 이 책을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주 잠깐이지만 심각하게 갈등했다.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는 허영만 선장과 집단가출호 대원들의 우리 바닷길 3,000km 일주기를 엮은 책이다. 경기도 화성시 전곡마리나에서 출발하여 서해를 돌고 남해 그리고 동해를 돌아서 독도를 지나 삼척항에 닻을 내릴 때까지 총 3,057km를 2009년 6월에 시작해서 다음 해 5월까지 1년 동안 12번으로 나누어 항해한 그들만의 이야기이다. 나는 수영을 못하기 때문인지 요즘 한창 유행하는 크루즈 여행도 재미있겠다는 느낌보다 무섭겠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하물며 요트여행이라니, 머리가 저절로 절레절레 흔들린다. 그런데 1년 동안 3,000km 바닷길 여행이 술자리에서 시작되었다는 말에 이들의 유쾌한 엉뚱함 때문에 여행 내내 집단가출호 대원들은 즐거웠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집단가출호 대원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낡은 요트를 마련해 여섯 달 동안 수리를 한 것이다. 그리고 낭만과 여유를 꿈꾸며 시작된 요트 여행은 이 책의 제목 그대로 ‘생고생’이었다. 모기떼의 공습, 비박, 배 멀미, 높은 파도와의 사투 등 저절로 입에서 개고생이란 말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나 숨겨진 섬들의 아름다운 풍경, 섬사람들의 깊은 정, 유명 식당에서 흉내 낼 수 없는 현장의 맛을 만끽할 수 있었기에 그들은 다시 가출을 꿈꾼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바로 집단가출호가 내가 사는 곳에도 닻을 내렸다는 사실을 몰랐었다는 점이다. 미리 알았다면 그들을 내 눈으로 목격하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쉽다. 나는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를 읽기 전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후 과연 나도 그들처럼 바다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까 궁금했었다. 책 읽기를 마친 지금 나는 그들의 여행을 동경한다. ‘고생길’이 ‘사는 맛’이라는 그들의 말을 체험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바다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기에 이 자리에서 동경하는 것으로 그치려고 한다. 그들의 또 다른 가출이 어서 시작되어 책으로 만날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