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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평점 :
책의 말미에 작품명에 대해서 설명하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라고 느끼며 읽기 시작한 이 책 《강남몽 江南夢 (2010.6.25. 창비)》은 꿈처럼 허망하게 끝나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다. 또 꿈처럼 잊혀져버린 우리 역사의 이야기다. 강남의 백화점 붕괴사고로 시작하는 소설 《강남몽》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었던 1990년대 중반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며 국제통화기금에서 자금 지원을 받게 된 때를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하다. 충격과 눈물로 보내야만 했던 시기,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큰 희생을 치러야만 했던 그 시기가 바로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시작된 때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들의 과거와 현재, 그 삶의 이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자는 이를 통해 등장인물의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역사가 어떻게 흘렀는지 그 궤적을 그려볼 수 있다. 인생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격변의 시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놀라운 작품이다. 강남 형성사와 남한 자본주의 형성사가 소설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바로 이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될 만큼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다. 게다가 부, 성공을 쫓던 주인공들의 삶의 끝자락이 허망하게 끝나버린 것도 오로지 부의 크기로 행복을 측정하려고 하는 현대인들의 마지막을 보는 것만 같아서 씁쓸해졌다.
《강남몽》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붕괴된 백화점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인물들이다. 백화점의 붕괴는 출발부터 잘못된 민주주의의 쓰러짐을 의미하며 부와 성공을 향해 달려온 사람들의 쓰러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느꼈다. 그러나 백화점의 붕괴로 인한 희생은 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황석영 작가의 《강남몽》은 인터넷 서점에서 연재되면서 이미 입소문이 난 작품이다. 나는 촌스러운지 인터넷에서 글을 읽는 건 맛이 없더라. 그래서 궁금한 맘은 굴뚝같았지만 책으로 출간되길 기다리고 고대했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강남몽》은 역시 대단했다. 책 한 권이 지닌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 책은 우리가 잊어버린 과거의 시간을 되살려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라지지 않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시간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다가올 시간은 후회하지 않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