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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책을 많이 읽는 편에 속하지만 아직도 읽어야 할 책은 많이 쌓여있고 여전히 읽고 싶은 책도 많다. 천명관 작가에 대한 소문은 귀동냥으로 들어왔는데, 그의 작품 <고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이야기,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줄기차게 읽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등 도대체 어떤 작품이기에 이렇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까 궁금했었다. 그래서 천명관 작가의 작품을 읽어봐야지 마음은 먹었는데 인연이 아니었는지 지금까지 그의 작품을 접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 천명관 작가의 신작 《고령화가족(2010.2.18. 문학동네)》의 출간소식이 들려왔다. 「고령화가족」이란 제목은 어쩐지 우리 집 - 나도, 동생도 아직 미혼이라 독립을 하지 않았다 - 을 가리키는 것도 같아서 기분이 이상야릇했다. 그리고 험상궂은 표정을 한 사람들이 그려진 표지이미지도 으스스한 게 기발한 상상력과 마주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왜 《고령화가족》이라고 칭했느냐 하면, 강간죄로 교도소를 다녀온 큰아들과, 영화인지 뭔지를 하다 완전히 망해먹고 알코올중독자가 되어 돌아온 둘째아들, 바람을 피우다 이혼을 당해 친정으로 쫓겨 온 막내딸(p47)까지 집을 떠나 살던 자식들이 인생에 실패하고 하나둘 엄마의 집으로 들어오면서 좁고 오래된 빌라에서 모여 살게 되었는데, 이 가족의 평균 나이가 사십구 세였기 때문이다. 제각각 사연과 상처를 갖고 있지만 그보다는 그들이 한심하다는 느낌이 앞선다.
《고령화가족》은 오랜 시간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 다시 한 집에 모여 살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엄마는 자식들과 다시 함께 살게 되면서 의욕적으로 변한다. 새끼를 돌보는 어미 새처럼 따뜻하게 품고 열심히 먹이를 물어 나른다. 그러나 좁은 집에서 머리 굵은 성인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건 어려운 일인가 보다. 서로 부딪치고 깨지고 한바탕 소란이 집안을 휩쓸고 지나간다. 그러나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도 있듯이 그들은 이전에는 몰랐던 가족애를 느끼게 된다. 잊고 싶었던, 아니 잊었다고 생각했던 상처들이 저절로 아물게 된다. 한마디로 가족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콩가루 집안이라는 말이 있다. 가족들이 모두 제멋대로고 분란이 일어서 엉망진창인 집안을 콩가루 집안이라고 칭하는데, 이 소설 「고령화가족」이 이에 속한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콩가루 집안이라고 해서 가족 간의 사랑이 없다거나 이해심이 부족하다고 지레짐작해서는 안 된다. 가족은 사랑과 믿음이란 모토 위에 세워진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천명관 작가의 작품을 드디어 읽었다. 재미있고 즐거운 독서였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어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