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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 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
서영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작가 서영은을 모른다. 내가 모르는 우리나라 작가는 아주 많으니, 의아하다는 듯 놀라진 마라. 그러면서도 서영은의 신작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내 손으로 받자마자 읽기 시작한 이유는 이 책에 붙어있는 「산티아고 순례기」라는 부제 때문이다. 내게 산티아고는 파울로 코엘료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의 의미를 갖는다. 즉, 산티아고와 파울로 코엘료를 하나로 여기는 것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파울로 코엘료는 1987년 산티아고를 걷는 순례의 여행길을 다녀온 후 작가가 되었다. 작가가 되기 전 코엘료는 히피였고, 감옥과 정신병원을 드나들었다. 그의 작품에서 스페인 산티아고의 길이 영감과 깨달음을 주는 길로 표현되었듯이, 그에게도 산티아고의 순례길이 변화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코엘료의 팬으로서 그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 산티아고 순례길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는 그가 걸었던 길을 걷고 싶다는 열망을 마음속에 감추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책의 저자가 스페인으로 떠나면서 유언장을 작성해 놓았다는 소개에서 ‘산티아고에서 작가가 얻고 돌아온 게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서영은 산티아고 순례기(2010.4.8. 문학동네)》를 읽기 시작했다.
산티아고로 떠나기를 결심하기 까지 저자의 심경을 적은 1부에서는 번잡스럽고 고단한 삶에서 해방되고픈 작가의 마음이 보였다. 너무 많이 얽매여 있었고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었다. 유언장을 쓰고 모든 것을 버리는 심정으로 산티아고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다. 저자는 산티아고 행이 처음이 아닌 이와 동행한다. 2부에서는 순례 여행길 위를 걷는 이유와 길을 보는 관점이 다른 이와 함께 함으로 인해 느끼는 감정을 담았다. 길도 잃어보고 심하게 앓아도 보면서 저자의 생각은 깊어만 간다. 3부에서는 산티아고에 점점 가까워지면서 더 성스럽고 순수해야 할 길이 지금까지 걸었던 고독하고 힘들었던 길과는 다르게 세속적이고 현대적인 데에서 오는 실망감을 담았다.
산티아고로 떠나기 전과 순례 여행길을 시작하면서 저자의 감정은 약간 불안해 보였다. 동행과의 어긋남도 조금은 이유가 되었으리라.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저자의 감정은 한결 안정되어 보였다. 일희일비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자유로워 보였다고 할까. 저자 곁에 동행이 있었기에 산티아고 순례 여행길에서 깨달음을 얻은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길안내 표시이기도 한 「노란 화살표」로도 저자의 변화를 눈치 챌 수 있다. 처음에는 산티아고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노란 화살표가 저자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동행이 여기! 여기! 하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한 번은 비가 쏟아지는 밤에 저만치 앞서가는 동행을 어느 순간 놓쳐버린 적이 있는 있다. 그 뒤로 저자에게 노란 화살표의 의미는 산티아고를 향한 길안내 표시이기 이전에 개개인의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과 같은 의미로 자리 잡는다. 인간의 삶의 여정은 누군가의 손짓을 향해 나아가는 게 아니며 오롯이 자기 자신의 몫이지 않는가.
나는 가끔 산티아고를 떠올리긴 했어도 그곳으로 가는 방법을 알아보진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알베르게, 길안내 표시(노란 화살표나 흰색과 빨간색 가로금), 길 위에서 만나는 수도원이나 성당 등 산티아고를 향할 때 만나게 되는 정보들을 눈여겨보았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말이다.
산티아고를 향한 길을 고행길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고행이란 ‘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들을 통하여 수행을 쌓는 일’을 의미하니 산티아고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산티아고에 가면, 그곳에 가면, 나도 깨달음을 얻게 될까. 그 곳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