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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큐에게 물어라
야마모토 겐이치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이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140회 나오키 상 공동 수상작이라는 점이다.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경합하였지만 결국에는 하나를 고르지 못하고 공동 수상작이 된 작품을 궁금해 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이 소설의 이야기가 실화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호기심을 느꼈다. 게다가 주인공이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다도의 명인 「센 리큐」라니, 이 작품은 허구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소설이지만 실존했던 인물들의 비밀을 엿보게 되리란 예감에 바짝 긴장하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센 리큐」를 쳐보았다. 일본다도를 정립한 것으로 유명한 역사적 인물이라 소개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이유인지는 밝히고 있지 않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미움을 사게 되어 자결을 명받아 할복하였다고 전하고 있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도 선생으로 총애를 받아온 리큐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할복하게 된 걸까. 소설을 읽으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앞으로 놀랄만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에 책장을 넘기는 손끝이 떨렸다.
《리큐에게 물어라(2010.3.2. 문학동네)》는 리큐가 할복자살하는 시점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야기의 처음에 히데요시가 욕심을 낸 조선에서 건너온 녹유 향합과 리큐가 열아홉 살 때 죽인 여자를 슬쩍 언급함으로써 앞으로 이끌어갈 이야기의 방향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센 리큐가 걸어온 길, 다도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히데요시와 리큐의 다도 취향이 비교되기도 하고 일본의 다도 문화를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지만, 이 내용은 모두 리큐가 어떤 인물인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어떤 이의 현재의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알아야한다고 했던가. 이 소설은 현재시점에서 점차 과거시점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기에 독자는 리큐의 가슴 속 깊이 묻어둔 비밀에 서서히 접근하게 된다. 그리고 다도를 향한 뜨거운 열정과 열망을 지니게 된 열아홉의 리큐와 그가 사랑한 여자를 만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사백페이지 이상을 읽어야만 하는데, 이 시간동안 오로지 자연스럽고 편안한 미, 소박하지만 우아한 미를 추구했던 리큐의 여정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다도의 명인 센 리큐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센 리큐에 의해 정립되어진 다도가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소설이 주목받는 이유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총애를 받던 센 리큐의 할복자살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리큐가 죽어야만 했던 죄를 둘러싼 다양한 설이 분분하지만, 히데요시의 변덕에 따른 갑작스런 일이 아니라 그 누구도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던 뛰어난 명인에 대한 질투와 시기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리란 짐작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이 소설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일본 다도 문화를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조선의 도자기를 수집하는데 혈안이 되었던 일본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소설은 대뜸 리큐에게 물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리큐는 아무런 말이 없다. 어떤 물음에도 묵묵부답일 뿐. 단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의문은 짐작으로 풀어낼 따름이다. 리큐와 리큐가 사랑했던 다도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