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노희경 작가의 이름은 라디오에서 들은 기억이 있다.  지금은 다른 주파수의 프로그램을 청취하기 때문에 듣지 않지만, 몇 년 동안 아침 출근 시간에 길동무를 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방송가 화제의 인물과 소식들을 전해주는 코너를 즐겨 들었었다.  그 코너에서 현빈과 송혜교가 출연한 「그들이 사는 세상」의 시사회 소식을 전하면서 작가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없지만 노희경이  ‘실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드라마는 관심 영역 밖이다 보니 소설가나 시인과는 달리 드라마작가 이름까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도 김수현, 노희경 정도만 알고 있으니 내 수준은 더 말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그동안 노희경 작가의 이름으로 출간된 책 몇 권을 지나쳤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왠지 끌리지 않았다.  아마도 ‘드라마작가가 책을?’이란 생각이 문득 문득 스쳤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0.4.23. 북로그컴퍼니)》의 출간 소식을 들었다.  1996년에 방영된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소설로 옮겨놓은 작품, 자신의 엄마를 자궁암으로 잃고 3년 만에 완성한 작품 등의 책 소개를 읽으면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동안 수긍할 수 없는 이유로 비켜가기만 했던 ‘노희경 작가’의 글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첫 장면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는 분주한 엄마의 일상이 담겨있다.  할머니를 돌보는 일, 곧 이사 갈 새집을 관리하는 일 등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일을 엄마는 전혀 힘든 기색 없이 척척 해낸다.  남편과 자식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갈등으로 엄마에게 관심을 보일 겨를이 없다.  오랫동안 오줌소태로 고생하던 엄마는 남편의 병원으로 진료 받으러 가길 원하지만, 남편은 약 먹으면 낫는 병이라며 쥐어박는 소리만 한다.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 아내가 오는 게 싫었던 게다.  그런데 동료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아내의 병명이 암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악성 종양으로 치료시기를 놓쳤다고 한다.  그 후 남편과 딸, 아들은 제각각 아내와 엄마에게 무심했던 시간들을 후회한다.




천성이 이타적인 엄마가 곁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기적이 되어버린 가족들. (p128)




소설 속에 등장하는 가족은 모두 아내, 즉 엄마를 통해서 연결되어 있다.  치매 때문에 매일 소동을 일으키는 할머니에게 관심을 주는 가족은 아무도 없다.  할머니를 돌보는 일은 오로지 엄마의 몫으로 정해져 있다.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딸 연수, 의대 진학을 위해 삼수까지 한 아들 정수는 아버지를 독선적이고 위압적이라고 여기며 아버지와의 소통을 어려워한다.  그런 딸, 아들과 아버지 사이에는 엄마가 있다.  병원이 남의 손으로 넘어간 후 월급쟁이 의사로 일하는 남편은 퉁명스럽고 다정한 구석 하나 없지만,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불평 한마디 없다.  엄마는 아들만 바로보고 사셨던 시어머니, 젊은 원장 밑에서 일하는 남편, 사회 생활하는 딸, 대학 진학 때문에 힘들게 공부만 하는 아들이 모두 안쓰러워 그들을 보살피는 데만 온 힘을 기울였다.  이렇게 가족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주기만 했던 엄마의 죽음 앞에서 남편과 아들, 딸은 슬픔과 외로움으로 힘들어한다.  아내, 엄마에게 소홀했던 시간을 후회한다.




이 소설에는 엄마를 잃게 된 가족의 애달픔은 물론, 가족을 남겨 두고 떠나야 하는 엄마의 구슬픈 사랑이 담겨있다.  남편의 퇴직 후 함께 보낼 노년에 대한 꿈, 딸과 아들을 시집 장가보낼 꿈 등 당연히 맞이하게 될 줄만 알았던 미래를 가슴에 묻어 버리지만 처연해진다.  자신이 떠난 뒤에 찬밥 신세가 될 시어머니가 안쓰러워 목을 조르는 부분에서 그 슬픔은 극에 달한다. 




책 표지를 넘기면 「세상의 모든 부모님, 자식이 철들 때까지만 부디, 건강하시길」이란 글이 프린트 되어 있다.  노희경 작가의 친필이란다.  작가의 가슴에 사무친 그리움과 슬픔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이 글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코끝이 찡해진다.  나는 자기 전에 책 읽는 버릇이 있다.  침대 위에서 책을 읽다가 졸리면 잠을 잔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줄곧 우는 바람에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선 출근을 했더랬다.  하지만 부은 눈과 얼굴 따위가 부끄럽진 않았다.  문자를 보내면 금방 답 문자가 오고, 손잡고 시장에도 가고, 영화도 보러 가고, 언제나 내 편인 엄마가 내 곁에 계시기에 나는 행복하니까.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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