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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전설과 마주하다 - 우리 시대 작가 25인의 가상 인터뷰
장영희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가끔 재미있고 유쾌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작품이나 가슴이 먹먹해 져서 한동안 그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작품을 접할 때면 이런 글을 쓴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해진다. 작품을 쓰게 된 계기, 쓰는 동안 어떤 마음이었는지부터 작가로서의 삶 그리고 작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삶은 어떠했는지 등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 채워진다. 특히 명작이라 불리는 고전을 읽을 때면 더더욱 그런 마음이 간절해지는데, 이제는 우리 곁에 남겨진 작품으로만 그들을 만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러하리라. 그래서 나는 《문학의 전설과 마주하다(2010.2.10. 중앙북스)》의 출간소식이 내심 반가웠다. 내가 그동안 한번이라도 만나기를 간절히 원했던, 이제는 「문학의 전설」이 되어버린 작가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우리시대 작가 25인의 가상 인터뷰』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로 인터뷰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도 말이다.
처음에는 인터뷰 대상 때문에 이 책에 관심이 갔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보다 더 끌렸던 이유는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인터뷰 대상과는 반대로 가상 인터뷰를 시도한 장영희 교수를 비롯하여 복거일, 김형수, 김정란 등은 우리시대 작가라는 점이었다. - 물론 장영희 교수는 2009년에 작고했지만 말이다. - 그들 역시 나와 같이 카프카나 랭보, 이상, 서정주 등 이미 세상을 등진 문학의 스승들에게 궁금했던 점을 갖고 있었다는 점으로부터 동질감이 느껴져 기분 좋았다고나 할까.
《문학의 전설과 마주하다》는 「말하지 못한 ‘나’를 고백하다」와 「20세기가 21세기에 답하다」 그리고 「예술의 자세, 삶의 자세」로 나누어서 인터뷰를 시도했다. 300페이지가 안 되는 분량에 25개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으니, 하나의 인터뷰는 대여섯 장에 불과하다. 인터뷰라고 하기엔 짧다고 할 수 있는 분량이지만 수록되어 있는 25개의 인터뷰는 문학의 스승이라 불리는 거장들에게 친숙한 느낌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 자유롭다. 내가 특히 좋았던 부분은 「20세기가 21세기에 답하다」에서 이상을 인터뷰한 김승희 시인의 글이다. 이상이 그토록 괴로워했던 자본주의가 현재에 그대로 나타났다는 데에서 섬뜩한 기분이 들었고, 그를 괴롭히던 게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을 거슬러 이상을 만나고 온 기분이라고 할까.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인터뷰는 시간을 망각하게 만든다. 그들은 이미 전설이지만, 이 책을 통하면 현실이 된다. 문학의 스승과 나 사이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