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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 폴란드 ㅣ 창비세계문학 단편선
타데우쉬 보로프스키 외 지음, 정병권.최성은 엮고 옮김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작년에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세계 이곳저곳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볼 기회가 있었다.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강제 수용소 아우슈비츠의 실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끔찍하고 참혹했다. 특히 가스실로 보내진 이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낡은 신발들의 무덤은 도무지 몇 명의 사람이 그 장소를 거쳐 갔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이 정도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라는 말밖에 다른 단어로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었다.
창비세계문학 중 폴란드 편인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2010.1.8. 창비)》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만행을 사실적이면서도 냉소적인 시각으로 묘사한 표제작 〈신사 숙녀 여러분, 가스실로 - 타데우쉬 보로프스키〉를 포함해서 10편의 단편을 수록하였다. 이 소설집의 주제의식을 압축하는 키워드는 ‘눈물과 감동’(p5)이라고 말하는 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는 아우슈비츠가 떠올라 작품을 읽는 행위만으로도 힘들어지는 -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 표제작에서부터 전쟁과 가난 등으로 조국 폴란드를 떠나야만 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조국애를 보여주는 〈등대지기 - 헨릭 시엔키에비치〉까지 격변의 시기를 살다간 폴란드를 대표하는 작가 여섯 명의 아프고 슬프지만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소개한다.
폴란드의 작가와 작품 중에서 알고 있는 지식을 말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이 소설집을 읽기 전에는 딱히 말할 수 있는 대답을 찾을 수 없었으리라. 로버트 테일러와 데보라 커가 등장했던 영화 「쿼 바디스」는 기억하면서도, 영화의 원작이 폴란드 작가 헨릭 시엔키에비치의 대표적 장편소설이란 사실은 까맣게 몰랐으니 말이다. 내가 지금까지 몰랐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의아했는지, 엄마의 눈동자가 평소보다 세 배나 커지더라. 『창비세계문학 아홉 권』의 출간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폴란드 편을 선택한 이유는 다른 나라보다 폴란드 문학에는 문외한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소설집을 읽는 시간이 폴란드 문학과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기대를 했었는데, 예상 외로 더 큰 수확을 한 느낌이다. 폴란드가 우리나라 못지않게 어두운 시기가 있었고, 그 힘겨운 시기는 폴란드 문학이 아름답게 꽃 피울 수 있는 거름이 되었다는 사실까지 폴란드 문학이 태어난 흐름까지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창비세계문학』중에서 어떤 소설집을 읽을까,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