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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페이션트
마이클 온다치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대학교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었다. 꼭 하고 싶은 공부가 있었는데, 그 공부를 위해서 내 모든 에너지를 쏟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울 오빠 집에서 학원과 도서관만 오가면서 공부에 매진하다가, 주말에는 가끔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 때 보았던 영화 중 하나가 〈잉글리시 페이션트(1997.3.15. 랄프 파인즈, 줄리엣 비노쉬 주연)〉다. 영화는 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어느 수도원에 머무르고 있는 ‘영국인 환자’라 불리는 한 남자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전해 준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는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까지 수많은 상을 받으면서 1996년의 최고의 영화로 자리매김했었다. 영화를 본 지 십년의 시간도 넘어서인지 어떤 내용인지, 결말이 어떠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가슴 뭉클했던 느낌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원작이 소설로 나왔단다. 1992년도에 부커상을 수상하였다는 소설 《잉글리시 페이션트(2010.1.10. 그책)》는 영화와 내용이 다르다고 한다. 영화와 소설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궁금했고, 영화에서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영화에서는 영국인 환자와 캐서린의 사랑을 보여주는 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이와 다르게 소설에서는 수도원에서 만난 영국인 환자 알마시와 간호사 해나, 전쟁에서 불구가 된 카라바지오, 영국 군대에서 폭탄 전문가로 일하는 인도인 공병 킵까지 네 명의 등장인물의 이야기가 골고루 보여 진다. 세상이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것처럼 네 명의 등장인물들 또한 상처 입어 공허해진 영혼들이다. 소설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특별한 구분 없이 하나처럼 보이게 전개시킨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아무런 구별 없이 넘나들면서 그들이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에서의 영국인 환자의 로맨스만을 상상하고 소설을 읽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소설의 내용은 분명히 영화와 큰 차이점을 보이지만 영화의 이미지는 상상력을 자극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듯이, 소설은 영국인 환자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까지 머릿속에서 나만의 캐릭터로 다시 그려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막의 황금빛과 해지는 노을의 붉은빛을 닮은 소설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원작과 만나 영화와는 또 다른 감정을 느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