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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 - 무위당 장일순 잠언집
김익록 엮음 / 시골생활(도솔)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무위당 장일순을 아세요? 책표지를 넘기면 「원주에 대성학교를 세운 교육자요, 사람의 얼굴을 담아 낸 난초 그림으로 유명한 서화가요, 신용협동조합 운동과 한살림 운동을 펼친 사회운동가」라고 장일순 선생을 소개합니다. 처음 접하는 성함 앞에서 짧은 소개 글을 읽고선 참으로 열정적이고 치열하게 활동하셨던 어른이셨나 보다, 짐작해 봅니다. 그런데 생애의 거의 대부분을 고향 원주에서 떠난 적이 없었고, 그러면서도 정치적, 사회적 변혁의 중심에서 멀어진 적은 없었다는 또 다른 소개 글에서 외유내강을 느꼈다고 할까요. 선생을 뵈었던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존경하는 분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를 몇 줄로 설명한 소개 글로는 정확히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데서 안타까움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사진 속에서 ‘너의 그런 마음, 모두 이해한다’는 듯이 웃고 계신 표정에서 인자롭고 따스한 마음이 전해져 저절로 미소 짓게 됩니다.
《나는 미처 몰랐네 그대가 나였다는 것을(2010.1.5 시골생활)》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말씀을 모은 잠언집입니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자는 「무위당 선생은 남에게 피해가 갈까봐 직접 쓰신 글을 남기지 않고, 대신 서화에 생각을 담아 전하셨으며 강연과 대담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셨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인지 이 책에는 장일순 선생의 서화가 특히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는 듯 보이는 표정이 일품인 난초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아무리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불평이나 불만 없이 받아들일 표정입니다. 아마도 장일순 선생의 표정 역시 그러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그리고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글들은 두고두고 눈에 담고 싶어집니다. 마음을 비우는데 도움이 되는 글이고,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난초 그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 지지만, 선생의 글을 읽으면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처음 장일순 선생의 책을 추천했던 지인의 말을 듣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이었기에 책을 선택하는 데에서도 조금 망설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원월드 운동』이란 소제목의 글입니다.
내가 20대 초반에 원월드 운동에 참여했던 것은 / 세계를 대표한다는 미국과 소련이 / 한반도를 점령하는 것을 보고 / 그것을 뛰어넘는 우리의 철학이 없이는 / 우리 겨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그러니까 민족공동체가 다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 새로 도출되어 나와야 하는데, / 그건 결국 우리 민족의 통일이 / 우리만의 통일이 아니라, / 전 세계 통일의 길이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