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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작가 김탁환이 독자에게 얼마만큼 사랑받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김탁환의 작품에 눈길이 가지 않았었다. 하지만 평소 역사물을 즐겨 읽고 좋아하던 터라 언젠가는 꼭 그의 작품을 접하겠다고 다짐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년 전 이맘때 즈음 〈열하광인〉으로 처음 김탁환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뭐랄까, 어렵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할까. 자세히 알고 보니 〈열하광인〉은 〈방각본 살인사건〉, 〈열녀문의 비밀〉에 이은 ‘백탑파 연작’의 세 번째 이야기였다. 그래서 첫 번째 이야기를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열하광인〉을 덮은 지 벌써 이년이 지났다.
김탁환이 쓰고 강영호가 찍은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2009.11.23. 살림)》는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독특하고 굉장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소문은 내 귀에까지 들어왔고, 백지영의 노래 ‘내 귀의 캔디’처럼 그 소문이 얼마나 달콤하던지 책을 손에 쥐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99》는 좋다 나쁘다 중에서 하나만을 고르기는 어려운 소설이다. 사진만 보면 괴상하고 기이한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게 되고 눈길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글과 함께 보는 사진들은, 여전히 괴기스러워 똑바로 바라보는 게 마음 편치 않지만, 어찌 보면 무서워 보이기도 하고 슬퍼 보이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불행해 보이는 게, 쓸쓸하고 고독한 마음을 보여주는 듯 느껴져 점점 안쓰럽다는 느낌이 강해졌다. 반대로 사진을 가린 채 글만 읽다보면, 물론 스토리 텔러인 김탁환의 힘을 느낄 수 있는 흥미진진한 글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지만, 글과 사진이 함께여야만 독특한 상상력을 뽐내는 글의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즉, 글과 사진, 어느 한쪽도 《99》에서는 없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나는 《99》를 택배 아저씨로부터 건네받은 후 궁금한 마음에 가족들이 모두 잠든 늦은 밤 책상에 홀로 앉아 책을 펼쳐들었다. 그런데, 아뿔싸, 책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꿈에 나올까 무서워 얼른 책장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점심 식사 후에 잠깐씩 햇볕이 잘 드는 장소에 앉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며칠, 책장을 넘겨 뒤로 갈수록 기괴하게만 보이던 사진 속 인물들이 안쓰럽게 보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무섭게만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 느꼈단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가 연민과 동정으로 바뀐 것이다.
나는 《99》로 소설가 김탁환도 처음 접하였고, 사진작가 강영호도 처음 접하였다. 그들이 함께 창조해 낸 《99》는 김탁환도 되고 강영호도 되니, 이제 나는 그들을 모른다고만 말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한 권의 책으로 그들의 세계를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으니, 나는 한동안 그들의 세계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