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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ㅣ 현대문화센터 세계명작시리즈 26
오스카 와일드 지음, 하윤숙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9년 10월
평점 :
어릴 적 읽었던 〈행복한 왕자〉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이라는 사실도 몰랐을 만큼, 나는 오스카 와일드란 작가에 대해 무지했다. 그러다가 지인을 통해서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2009.10.16.)》이 현대문화에서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동안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의 작품을 이번 기회에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마지막 책장을 덮고서는 인터넷 검색창에 ‘오스카 와일드’를 적어 넣고 엔터키를 눌렀더니 작가와 관련된 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아, 나는 도대체 지금까지 이렇게 유명한 작가도 모른 채 살았구나하는 생각에 갑자기 입이 탔다.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란 작가의 책은 모조리 읽어내겠다는 생각만으로 머릿속이 꽉 채워졌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섬뜩하지만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멋지고 아름다운 외모와 부를 지닌 청년 도리언이 자신의 젊음의 한계를 깨닫고 「언제까지나 젊음을 간직하는 것은 나고, 늙어가는 것은 그림이라면 나는 모든 것을 줄 거예요(p41)」라고 맹세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름다운 모습을 잃고 나면 그게 어떤 것이었든 모든 것을 잃는 거예요. (...) 내가 늙어가는 것을 알게 되면 나는 자살할 거예요.(p42)」라고 말하는 도리언은 그의 바람대로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게 되지만, 그의 초상화가 도리언 대신 늙고 추하게 변해가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세상 사람들에게 숨겨야 할 그리고 친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게 된 도리언은 자신의 현실을 잊고 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도 되는 듯 쾌락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초상화의 얼굴이 아름다움을 잃고 추하게 일그러질수록 그는 더더욱 타락의 길로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도리언 대신 잔인하게 변해가는 초상화를 보면서 희열을 느끼고, 자신의 방탕한 생활을 탐닉하게 된다.
소설의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는 화가인 바질 홀워드의 친구 헨리 워튼 경을 만나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하게 된다. 순수하고 순진한 소년에서 위선과 가식으로 물든 남자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의 변화는 한 순간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일순간이었다. 자신에게 변화가 찾아왔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고, 그는 영원히 구원받지 못할 길로 들어서게 된다. 소설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주체가 자신이 되지 못한 한 사람의 일생이 얼마나 고통으로 물들어 가는지, 진정한 자신이 되기를 포기한 한 남자의 마지막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보여주는 대단한 작품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1854년에 태어나 1900년에 사망한, 19세기를 살다 간 작가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으면서 오스카 와일드는 외모 지상주의가 문제시되는 현대를 꿰뚫어 본 것만 같아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그리고 영혼을 팔아 얻고 싶은 것을 갖는다는 조금은 식상한 소재가 100년이 훌쩍 지난 시간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흥미롭고 세련된 이야기로 읽혀질 수 있다는 게 신비로웠다. 이게 바로 문학의 힘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이 소설을 읽은 후 오스카 와일드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다. 제일 좋아하는 작가가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점점 더 그가 좋아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