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기행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후지와라 신야는 〈황천의 개〉를 통해 처음 접한 작가이다.  〈황천의 개〉는 후지와라 신야에 대한 지인의 위엄 있는 평가가 눈에 띄어 읽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여행에세이로 분류되는 게 어색할 만큼 죽음과 삶 등의 문제에 관한 철학적 질문이 산재해있어서, 읽는 시간 내내 불편하고 답답했었다.  하지만 혼란스러웠던 만큼 책을 읽은 후 거북하고 불안한 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정확한 시각을 갖게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책 《아메리카 기행(2009.10.12. 청어람미디어)》도 읽게 되었다.




《아메리카 기행》 역시 여행에세이로 분류되어 있다.  후지와라 신야가 캠핑카(모터홈)를 타고 약 200일간 미국 대륙을 일주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기록한 책이기에 여행에세이가 분명하지만,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하다.  왜냐하면 후지와라 신야를 통해서 전해 받는 정보는 여행지의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광이나 활기차고 활달한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뛰어난 유산 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후지와라 신야가 이 책에서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은 미국인들의 국민성 그리고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징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불꽃쇼처럼 근사한 이미지로 치장하고 있는 미국의 본질과 더불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미국인들의 현재의 모습이다.  그리고 현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이다.  외롭고 고독한 그들의 모습이 안쓰러워 또 다시 읽는 행위 자체가 힘들어졌다.  그러나 나를 더 힘들게 만든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모습이 거울이 되어 나의 모습을 비추게 되었기 때문이다.  잔인하지만 그들을 통해 나의 진실을 깨달을 수 있게 된다.  후지와라 신야가 후기에서 「7개월에 걸친 여행에서 내가 목격한 것은 결국 미국이라는 낯선 나라가 아니었다.  내 안의 또 다른 뿌리를 그곳에서 확인했다. p378」고 말한 것과 같이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삶과 죽음이다.




《아메리카 기행》은 저자가 1980년대에 쓴 글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설거나 촌스럽거나 하지 않다.  오히려 몸과 마음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도 있는데, 저자는 어떻게 20년 전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저자의 통찰력이 존경스러울 뿐이다.  〈황천의 개〉를 읽은 후 나는 후지와라 신야의 글에 중독될 것 같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아메리카 기행》을 읽은 지금 나는 후지와라 신야의 글에 중독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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