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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요즘 여행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 사실 나는 길치에 방향치라서 익숙한 곳이 아닌 낯선 장소로 떠날 계획이 잡히면 그곳의 지리부터 잠잘 곳, 식사할 곳 등의 정보를 철저히 챙긴다. 그리고는 정해져있는 길을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절대로. 그런데 최근 길을 잃고 우연히 들르게 된 장소가 얼마나 멋졌었는지를 말하는 글을 읽고 나서, 나는 그동안 너무 재미없는 여행을 했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후회를 잠시 했었다. 이미 정해진 루트에서는 약간은 예상했던 감정들을 느끼게 된다면, 우연히 발견한 장소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장소이니만큼 전혀 예상치 못한 감정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발길 닿는 대로 정처 없이 걷는 여행을 해보리라 다짐하고 있던 터였다. 그러던 차에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바로 최영미 시인의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2009.9.1. 문학동네)》라는 책이다.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는 ‘1부 아름다움에의 망명’, ‘2부 예술가의 초상’이라는 소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예술가를 찾아 돌아다니는 여행, 예술가의 삶을 되짚어보는 여행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연결 지을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여행의 의미는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지,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곳으로 유명한 유적지, 멋들어진 건물들이 들어서있는 도심 등을 돌아다니면서 눈을 호사시키는 것이 아니다.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에서 말하는 여행은 한마디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고 있어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킨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단지 저자의 궁금한 것을 알고 싶은 마음,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책 전체에서 골고루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러하다.
저자는 가우디, 미켈란젤로, 콜비츠, 반 고흐, 박수근 등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들을 돌아보면서 작가의 삶을 되돌아보고 작가의 진실한 모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사랑과 절망, 희망을 본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예술가에게나, 작가에게나,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나, 세상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과 절망 그리고 희망」은 삶을 살아낼 수 있는 묘약과도 같은 것이기에 여행의 최종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길은 정해진 루트가 없다. 그렇기에 다가올 미래에는 설렘과 기대감을 갖고, 이미 지나간 과거에는 그리움과 후회를 갖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여행도 인생과 같지 않을까. 길을 잃으면서 한걸음 내딛은 인생의 여정이 더 돋보이듯이, 여행도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