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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여행유전자 - 여행유전자따라 지구 한 바퀴
이진주 지음 / 가치창조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꿈을 꾸었다. 내가 프랑스 여행 경품 이벤트에 당첨된 꿈이었다. 평소 나는 이벤트 당첨과는 인연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기뻤다기보다 얼떨떨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그런데 잠시 후 상상으로만 멈추어있던 나의 첫 해외여행이 드디어 이루어졌다는 걸 실감하면서부터 내 기분은 헬륨기구처럼 하늘로 높이 올라갔다. 하지만 기대와 흥분이 커질수록 똑같은 크기로 커지는 게 있었으니, 바로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대와 흥분을 짓누르고도 남을 정도로 커져 거의 공포 수준에 가까워졌다. 나는 해외여행의 경험이 있는 지인들에게 마구 전화를 돌렸다. 준비물에서부터 지켜야할 사항들까지 묻고 또 물었다. 현실이 아닌 꿈속이기에 낯선 장소로 떠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잊고 기대와 흥분만 누렸다면 좋았을 것을, 나는 바보처럼 두려움에 빠져 허우적대다 땀만 삐질삐질 흘리고 꿈에서 깨어버렸다. 내게 온 행운이 현실이 아니라는 의심은 조금도 할 수 없을 만큼 생생한 개꿈을 꾸었던 것이다.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전날 잠들기 전에 읽었던 책 때문이었던 듯싶다. 그때 내가 읽고 있던 책은 바로 이 책 <내 안의 여행유전자>였다.
할아버지께로부터 여행유전자를 물려받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제한된 지면 때문에 소개하지 못한 많은 사진과 추억을 떠올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책의 마지막에 보여준다. <내 안의 여행유전자>는 저자가 -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 지금까지 지구를 돌아다닌 발자취를 담은 책인데, 슬쩍 보아도 한 두 해의 여정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에 수록하지 못한 여행지도 많았음을 암시하는 문장에서 저자를 왜 여행유전자로 부르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자의 사진과 글은 여행지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사진과 글에서 저자가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지를 관찰하고 파악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바라보았던 수많은 도시와 사람들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다른 여행책보다 <내 안의 여행유전자>가 더 마음에 와 닿았던 이유는 전쟁과 기아로 고통 받는 도시와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자가 예뻐 보였기 때문이다. 방송작가라는 저자의 직업이 어느 정도 작용했으리라 생각해 보지만, 지진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사진을 보면서 저자의 여행은 아름답고 좋은 풍광만 찾아다니는 놀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여러 두려움 중에서도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한다. 그래서 <내 안의 여행유전자>와 같은 책을 접할 때마다 감탄하고 부러워한다. 언젠가 꼭 이 두려움을 깨어보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나는 오늘 밤 또 꿈에서 어느 거리를 헤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