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테오 글.사진 / 삼성출판사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삼성출판사에서 출간된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 왔습니다>의 첫 장을 펼치면 넓은 바다와 그보다 더 넓고 파란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는 갈매기를 담은 사진이 등장합니다.  순간 사진에 담긴 한 마리의 갈매기가 부럽다는 감정이 불쑥 튀어나와 괜스레 심통이 납니다.  인간이 하늘을 나는 새를 동경의 눈길로 바라보기 시작한 역사를 되짚어본다면 정확하게 언제부터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최초의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 형제와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등을 창조해 낸 영화인들의 공통점은 구속되지 않은 삶, 한가롭고 여유로운 삶, 즉 자유롭고 싶은 인간의 갈망을 하늘을 나는 꿈으로 대신하려했던 게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어느 곳에도, 어느 누구에게도 구속됨이 없는 해방감을 꿈꾸는 인간의 소망은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꿈과 꼭 닮아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은 유독 파랗고 높은 하늘이 많이 등장합니다.  오랫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고민도 훌훌 털어놓을 용기를 낼 수 있을 만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하늘 사진으로 시작해서 하늘 사진으로 끝맺습니다.




그러나 하늘만 잔뜩 구경하는 건 아닙니다.  이 책에는 하늘 밑에서 숨 쉬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르지만 다를 것 없는 하늘 밑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있습니다.  누구의 삶이건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공식이 적용되듯이, 다르게 보이는 삶도 자세히 보면 다를 것 없는 삶이란 사실을 알게 됩니다.  완벽하게 보이는 삶도 걱정거리 하나쯤은 갖고 있다는 사소한 현실에 마음을 놓고 위안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정말 달라 보입니다.  만족스러워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모습이 하늘과 닮아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늘처럼 자유롭고 넉넉하고 여유롭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곳은 하늘과 닮았다고 말할 수 없기에 쓸쓸해집니다.  낯선 사람들이 있는 낯선 장소에서는 더더욱 긴장해서 온 몸이 뻣뻣해지기 마련인데 책 속의 그곳은 긴장을 내려놓고 맘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는 만성 편두통도 만성 소화불량도 저절로 나아질 것만 같습니다.  화려한 아름다움보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사람의 심신에 얼마만큼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내가 속해 있는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면서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여행의 단순한 의미를 뛰어넘어, 여행에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린 자아도 찾도록 도와주는 보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리고 이런 효과는 반드시 여행을 떠나야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책을 읽는 행위만으로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저자를 왜 ‘여행테라피스트’라 부르는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 멀리 펭귄이 아장아장 걸어 내게 다가옵니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분명 펭귄이 맞습니다.  그들은 얼음나라에 사는 펭귄이 아닙니다.  뜨거운 나라 아프리카에 사는 펭귄입니다.  작열하는 태양 밑에서 펭귄과 조우했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까요.  그 놀라움은 흥분과 기대가 반영된 반응일 것입니다.  아프리카에서 펭귄을 만나다니요.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묘한 흥분감이 온 몸을 훑고 지나갑니다.  이처럼 우연히 찾아오는 야릇한 감정은 이 책을 읽는 내내 사라지지 않습니다.  잔잔하고 고요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커져만 가는 색다른 매력에 나는 계속 흔들립니다.  그러나 이 흔들림이 나는 싫지 않습니다.  그 흔들림 덕분에 나는 점점 의욕적으로 변해가기 때문입니다.  이 기분 좋은 흔들림은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와 함께 내게 온 귀한 손님입니다.  손님은 잠시 머물다 떠날 예정이지만, 쉽게 떠나지 못하도록 단단히 붙들고 있어야겠습니다.  내가 좀 더 씩씩해 질 때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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