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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1 ㅣ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정열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되는 나라, 빨간색이 어울리는 나라 스페인은 유명한 화가 고야와 건축가 가우디 그리고 사랑스러운 돈키호테 덕분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라이다. 언젠가는 스페인의 색다른 문화를 직접 경험하겠다는 욕심을 마음 한구석에 고이 접어놓고 있기에, 스페인에서 ‘40일 만에 100만 부가 판매’되는 대기록을 세웠다는 소설을 무심한 듯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순식간에 스페인 출판계를 접수해 버리고, 스페인 독자를 사로잡은 소설 <천사의 게임>에 대한 궁금증은 나날이 커져만 갔다. 그런데 스페인하면 떠오르는 화끈하고 화려한 이미지와는 달리 소설 <천사의 게임>은 초반부(상당히 많은 분량)의 지지부진한 진행으로 활력을 느낄 수 없었고 뭐가 뭔지 몰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소설을 읽기 전에는 스페인 그리고 미국, 영국 등을 정복한 소설이라는 광고 문구에 강렬한 호기심을 느꼈다면,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이 소설 대체 뭐지’라는 호기심에 이끌려 한 장 한 장 넘겼다면 이해가 될까.
소설의 주인공 ‘다비드 마르틴’은 작가이다. 아들이 책 읽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다비드는 일찍 아버지를 여읜 후 ‘페드로 비달’의 도움으로 신문사에서 일한다. 그러던 중 신문에 글을 연재하게 될 기회를 얻게 되고 큰 인기까지 누리게 된다. 그런데 이를 시기한 동료들 때문에 신문사에서 쫓겨난다. 신문사를 나온 다비드는 생계유지를 위해 필명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저택 ‘탑의 집’으로 이사한다. 비달의 운전사 마누엘의 딸 크리스티나는 다비드가 사랑하는 여인이다. 크리스티나는 다비드가 쓴 소설들이 다비드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고 말한다. 다비드는 필명으로 써 오던 소설 쓰기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동시에 크리스티나의 부탁으로 비달의 소설도 대신 써준다. 비달의 소설과 자신의 소설을 동시에 쓰던 다비드는 병에 걸리고 게다가 ‘탑의 집’에 얽힌 비밀이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천사의 게임>은 베일에 싸인 은밀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주인공이 사는 ‘탑의 집’은 도심 속에서 버려진 저택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소설의 마지막으로 갈수록 ‘탑의 집’을 둘러싼 음침하고 스산한 음기가 도심 전체로 번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 같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마지막까지 어리둥절한 분위기는 계속 이어진다.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어떻게 끝맺게 될 것인지,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어 답답한 나의 마음과 소설 속에서 주인공 다비드가 느끼는 긴장감과 좌절감이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 엷은 안개에 싸인 듯 보이는 표지 속 사진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짐작하게 만드는 <천사의 게임>은 한 번 읽는 것으로 작가가 보여주려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느낀다. <천사의 게임>을 다시 읽었을 때는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게 되길 기대하면서 글쓰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