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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불멸의 기억
이수광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나라가 없는데 어찌 백성이 있으랴?’ p74
안중근이 살아 돌아왔다. 추수밭에서 출간되고 이수광이 지은 <안중근 불멸의 기억>을 통해 안중근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가 타국에서 세상을 뜬지 100년이 다가오지만 이제야 그를 돌아보았다는데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마음이 쓰라린 이유는 10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일본군이 우리 땅에서 물러났다는 사실을 제외하고서는 아직도 혼란과 갈등이 난무하면서 어지러운 상황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그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가장 소중한 것들을 내 놓았는데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한심하고 답답한 마음이 울컥 치밀어 올라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 책은 2007년 7월 12일 오후 7시, 저자가 러시아로 떠나는 배를 타는 것으로 시작한다. 바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우리 민족의 영웅 안중근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길이다. 현재의 블라디보스토크의 빛바랜 쓸쓸한 모습이 그동안 안중근을 잊고 살았던 100년의 시간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 가슴 한편이 서늘해졌다. 그리고 안중근뿐만 아니라 고려인이 러시아에서 받았을 온갖 고난과 희생들을 떠올리게 만들어 가슴이 미어졌다.
저자의 기록과 더불어 이 책은 안중근의 목소리를 담았다. 서른 두 살의 젊은 청년 안중근은 저자의 문체를 빌어 솔직하고 담담한 어조로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자신의 삶을 풀어낸다. 가족을 사랑하는 그의 깊은 마음을 통해 평범한 한 여자의 남편, 그리고 한 가족의 가장으로 살고 싶었던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없었던 안중근이 안쓰러웠다. 그가 영웅이란 호칭을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그리고 독립운동을 시작하면서 목숨을 건 위태로운 전쟁을 계속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할 결심을 하는 안중근을 지켜보면서 ‘반드시 당신이 아니어도 그 일을 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고 말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죽을 길임을 알고 가는 사람의 심정이 어떨까. 나는 이 책을 통해 안중근과 그의 가족들의 고독과 슬픔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느끼지만, 내가 느끼는 고독과 슬픔이 그들의 것과 같은 크기일지는 자신할 수 없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여순감옥서의 침관’을 보았다. 죽은 사람을 묻을 때 관 대신 사용한다는 좁고 낮은 침관은 이 책을 읽으면서 꾹꾹 참아왔던 분노와 눈물을 터뜨리게 만들었다. 독도나 위안부 등과 관련해서 일본의 망언이 불거질 때 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던 일본에 대한 감정이 한동안 지속될 것 같다. 어서 빨리 안중근의 유해를 찾아 고국에 안장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안중근 불멸의 기억>에서는 안중근이 살아 돌아와 우리가 잊고 있는 100년 전의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한다. 그의 증언을 허투루 들어 넘기지 말고 우리의 정신과 자세를 반성해 보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