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누주드, 열살 이혼녀
누주드 무함마드 알리.델핀 미누이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익숙한 주위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구 반대편 어느 곳에서는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이 있고, 또 다른 곳에서는 전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도 있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세상에서 발생한 일인 것 같은 괴리감에 빠져 그들의 이야기는 굴곡 많은 한 사람 혹은 한 나라의 불행한 사연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절절하게 실감하지 못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나만 괜찮으면 다른 사람의 불행은 상관없다는 이기심에서 나온 무관심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열 살 이혼녀’라는 제목이 선뜻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았었다.  열 살 소녀가 이혼녀라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게다가 사회통념상 결혼 적령기라고 하면 20대를 생각하게 되고, 그 결혼 적령기라는 나이도 점차 늦춰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열 살 소녀가 결혼을 하고 이혼을 했다는 소식은 참으로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는 남성은 아동 성폭행이라는 중범죄에 해당하므로 엄하게 처벌해야 할 문제인데도, 미성년자와의 결혼을 승인함으로써 아동 성폭행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꼴이 되어 버린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이 책의 주인공 누주드는 이혼 판결을 받던 날 열 살이었다.  누주드는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결혼이 결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20살 연상의 남자와 강제로 결혼하게 된다.  누주드는 밤마다 무서움에 떨어야 했고, 잠자리를 거부할 때마다 날아드는 주먹과 발길질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누주드는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 놀고 싶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싶은 평범한 꿈을 이루기 위해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알게 된 것은 예멘이란 나라에서는 열 살 소녀의 결혼이 이혼보다 더 쉬운 일이란 사실이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명예를 지킨다는 덧없는 명목으로 딸이나 누나, 여동생을 죽이는 명예살인이라는 게 통용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지만, 시골 부족에서 전해 내려오는 ‘아홉 살짜리 여자 아이와 결혼하면 행복한 결혼 생활이 보장된다’는 이야기를 믿고 미성년자와의 결혼을 계속적으로 일삼는 행태는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들을 결혼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히 무지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가난과 불안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현실을 짐작하게 되면서, 십대 나이에 누릴 수 있는 배움의 기회와 꿈 꿀 수 있는 자유를 박탈당하는 소녀들의 불행한 현실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상상조차 힘든 이혼을 결심하고, 이혼을 성사시켜 낸 누주드는 평범한 소녀가 아니다.  그녀의 이혼은 명예를 가장 귀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아버지와 오빠들에게 누를 끼치는 일임을 어린 누주드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불가능한 일을 이루어 낸 누주드가 자랑스럽다.




누주드는 희망이다.  누주드의 이혼 소식에 힘입어 쉰 살 남자와 결혼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덟 살 소녀가 이혼을 했으며, 또 다른 많은 소녀들도 이혼 소송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예멘에서는 강제 조혼 금지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열 살 소녀가 해낸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엄청난 일이다.  그러나 누주드의 현실은 녹록치만은 않다.  그녀의 이혼에 주위 사람들은 물론이며 가족들조차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누주드의 이혼 승소 판결은 예멘에서의 여성 인권 향상 등 함축하는 의미가 크지만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뿌리 박혀 있는 사회적 관습을 한 순간에 허물어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시 학교를 다니면서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는 누주드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용감하고 현명한 여성으로 자라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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