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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릇한 친절 - 캐나다 총독 문학상, 의회 예술상 수상작
미리암 토우스 지음, 황소연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미리암 토우스의 <야릇한 친절>에서 느낀 첫 느낌은 화려함이었다. 캐나다 총독 문학상, 의회 예술상 수상작이라는 경력에서부터 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줄줄이 나열해 놓은 추천의 글에서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스타 앞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질 때처럼 번쩍거리는 화려함을 보았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면서는 처음 느꼈던 화려하다는 느낌은 조금도 남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그 대신 내부에 커다란 슬픔을 간직하고도 그 감정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고 억누르는 강인한 힘을 가진 어린 소녀에 대한 놀라운 마음이 커져만 갔다. 어린 소녀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면서 안쓰러움만 더해 갔다.
소설의 주인공 노미 니켈은 메노파 마을에서 산다. 지금은 이 마을에서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지만 예전에는 엄마, 아빠 그리고 태쉬 언니와 노미 이렇게 네 식구가 모여 살 때도 있었다. 노미는 가끔 그때를 떠올려보곤 한다. 메노파는 십대 소녀 노미를 숨 막히게 한다. 단적인 예로 메노파는 영어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중교와 언어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노미는 알지 못한다. 메노파를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정하여 놓은 것들이 얼마나 제멋대로이고 엉성한지 십대 소녀인 노미도 그 안에서 정당성을 찾지 못한다. 오로지 강제성만을 느낄 뿐이다. 노미는 메노파 마을에서 자신이 오래 견디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태쉬 언니가 집을 떠나고, 엄마까지 집을 떠난 뒤에 노미도 언젠가는 이 마을을 떠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노미는 떠나지 않는다.
세상일에는 무관심한 제멋대로인 십대 소녀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노미가 알고 싶은 사실은 태쉬 언니와 엄마가 집을 떠나게 된 이유, 그 하나뿐이다. 언니와 엄마가 노미와 아빠 곁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가까워질수록 노미는 절망 대신 용기와 힘을 얻는다. 그리고 자식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또 다른 선택으로 노미는 꿈에도 그리던 자유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큰 벽과 마주칠 때가 있다. 그 벽을 무너뜨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여 진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단단하게 다져졌기에 빈틈을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용감하게 벽을 향하여 몸을 날리는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의 힘은 벽을 완벽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아니지만, 균열을 일으킬 정도로는 충분하다. 바로 소설 <야릇한 친절>에서 노미가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 십대 소녀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침착함을 지닌 노미는 두려워하지 않고 절망하지도 않는다. 작은 메노파 마을에 국한되지 않고 세상을 살아가는 자게는 소설의 주인공 노미 미켈과 같아야 한다,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이 소설은 메노파 마을에서 자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라고 한다. 저자가 직접 겪었던 일들을 어쩜 이렇게 자조적으로 쓸 수 있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일들이 참으로 많이 벌어지고 있다. 또 어떤 새로운 일을 경험할 수 있을까. 그러하기에 소설을 읽는 재미는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