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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 A
조나단 트리겔 지음, 이주혜.장인선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보이 A라 불리는 소년이 있었다. 보이 A란 이름은 또 다른 소년 보이 B와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을 부모님께 말할 수 없는 보이 A와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고 가까이하지 않으려는 무서운 아이 보이 B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소년에게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세상 밖으로 내쳐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이 A와 보이 B는 10살 소녀 안젤라 밀턴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다. 보이 A는 10살, 보이 B는 9살이었다. 그들이 안젤라를 뒤따라가는 모습이 CCTV에 정확하게 찍혀 있었다. 소설 <보이 A>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현재는 시계방향으로, 과거는 시계반대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므로 소설의 처음에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잭의 모습과 부모님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로 보이 A가 등장한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에는 현재시점에서 잭의 마지막 모습과 과거시점에서 보이 A의 처음 모습이 다시 만난다.
소설 <보이 A>는 보이 A의 시선과 잭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이야기의 흐름은 차분하고 조용하고 평온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불안과 걱정은 더해만 간다. 잭이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좌절하게 될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보이 A가 되돌아올 수 없는 길로 가는 모습을 보고 있기가 불편하고 초조하기 때문이다.
잭은 테리의 도움으로 보이 A가 아닌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다. 그리고 직장과 집을 얻고 사회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잭은 친구를 갖게 되고 연인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평범한 일상 속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갈수록 자신의 과거를 숨겼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한다. 그러던 중 차사고 현장에서 잭의 기지로 어린 여자아이를 구한 사건이 발생하고, 신문에서 그를 취재하러 온다. 그리고 회사에서 그는 영웅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잭의 정체가 보이 A, 즉 살인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등을 돌린다.
잭의 과거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으로부터 공개된다. 너무 뜻밖이라서 당황스럽다. 그러나 여기서 부모님과 함께 살지만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보이 A의 가정,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술주정뱅이인 아버지 대신 가장 노릇을 하는 형과 한 집에 사는 보이B의 가정, 그리고 부모님이 이혼한 이유가 보이 A때문이며,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도 모두 보이 A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테리의 아들 제드의 가정을 통해 가정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부모의 역할에 대한 문제 등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만든다. 상처의 원인과 깊이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치유되기 힘든 상처를 가진 세 사람을 과연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소설 <보이 A>는 선과 악, 강자와 약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한 소설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선과 악 혹은 강자와 약자의 경계선에 서 있으며, 누구든지 선이나 악 혹은 강자나 약자의 편에 설 수 있다는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선과 악, 강자와 약자로 구분 지을 수 없고, 구분 지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소설 <보이 A>는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에 보호받지 못하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어린 소년이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여자 아이를 죽인 후 살해범이란 딱지를 달고 평생 살아가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남자가 편견이라 불리는 두꺼운 벽에 가로막혀 사회에서 발 디딜 틈이 없음을, 철저히 혼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보이 A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만나게 되고, 평범한 삶을 누리고 싶어 하는 잭의 안타까운 마음과 만나게 된다. 도대체 누가 보이 A를 살해범으로 만들었고, 누가 잭을 사회로부터 내몰았을까. <보이 A>는 생각할수록 답답함만 더해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