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봉황 선덕여왕
김용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우선 드라마의 힘은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사 최초의 여왕’이란 위대한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으면서도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된 채 조용히 잠들어 있던 신라 27대 왕 ‘선덕여왕’은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된다는 소식 하나로 손쉽게 수면 위로 올라왔고, 한순간에 주목을 받는 대상으로 탈바꿈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나쁘다, 잘못되었다는 말을 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덕분에 선덕여왕과 관련된 많은 책을 접하게 되었으니 나는 마냥 즐거울 뿐이다. 




<상처 입은 봉황 선덕여왕>의 저자 김용희는 선덕여왕이라는 인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선덕여왕이라는 인물에 대해 애착을 갖게 된 이유는 단지 그녀가 한국사 최초의 여왕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느 왕 못지않게 탁월한 정치력과 포용의 리더십을 갖추고 있었으면서도 당대 남성들과 후대 역사가들에 의해 평가 절하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죽음에 있어서도 쿠데타에 의한 실각 가능성이 제기될 만큼 아직 해명되지 못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똑같은 왕이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업적을 깎아내리고 정신을 모독하는 수치를 당하는 선덕여왕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그런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선덕여왕에 대한 진실을 알아내려 노력하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상처 입은 봉황 선덕여왕>은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은 공주 시절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색공지신이었던 미실이 오랜 세월 어떻게 권력의 최정상에 머물렀었는지, 미실의 손아귀에 있던 권력이 어떻게 진평왕과 선덕여왕에게로 넘어오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선덕여왕에게 품었던 여러 의문들, 성골 남자가 없어서 공주가 왕위에 올랐다거나 혹은 여왕은 상대적으로 권력이 약했기에 종교에 매달렸다는 등의 의견에 대해서 가장 올바른 해석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해석은 선덕여왕의 죽음과 관련된 부분이다.  고대에는 - 왕은 신성성을 부여받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 왕의 태어나고 죽은 연대를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았다(p252)고 한다.  선덕여왕 역시 <삼국사기>와 <자치통감>에 죽은 시점이 다르게 기록되어 있다.  선덕여왕의 갑작스런 죽음도 이상하지만 진덕여왕의 갑작스런 등장 또한 의문을 갖게 만드는 부분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일본 신화에 나오는 ‘하늘 문 뒤에 숨기’와 비슷하다며 여왕의 죽은 시점의 차이가 나는 4년을 선덕여왕이 ‘부인사’라 불리는 절에 김유신과 김춘추에 의해 유폐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재미있는 해석이 아닌가.  그러나 단순히 재미있다는 차원을 넘어서 이 해석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드는 것은 저자가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선덕여왕과 관련된 의문들을 풀려고 노력한 흔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밀에 쌓여있는 여왕의 이야기를 흥밋거리로 만들지 않으면서 최대한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려 한 저자의 노고가 책 구석구석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나 사건을 소재로 드라마나 영화가 만들어질 때마다 부각되는 문제는 역사왜곡이다.  실존했던 인물 그리고 우리의 자존감과 직결되는 역사의 일부분을 그릴 때 상업성의 문제와 결합되면 언제나 흥미와 재미가 우선시 될 수밖에 없음은 이해해야 할 부분이리라.  그러나 역사적 사실과 픽션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독자는 누구 책임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바로 <상처 입은 봉황 선덕여왕>과 같은 책을 읽음으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그리고 이것이 사극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픽션과 사실 사이에서 오는 혼란, 나아가 역사왜곡의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우선 내가 올바로 서야할 것이다.  이는 이 책 <상처 입은 봉황 선덕여왕>이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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