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매미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남과 다르다는 사실,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은 불행한 삶을 의미하는 것일까?




땅 속에서 7년을 보내다가 밖으로 나온 지 7일 만에 죽는 운명을 타고 난 매미 중에서 8일째에도 살아남은 매미가 있다면, 홀로 남은 매미는 행복할까, 불행할까?  가쿠타 미쓰요의 소설 <8일째 매미>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내가 어쩌지 못하는 운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유괴범이 기른 아이’라는 낙인을 찍고 살아가는 아키야마 에리나는 ‘가오루 혹은 리브가’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다.  너무 어렸을 때의 일이라서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아버지와 불륜 관계에 있었던 여인에게 납치되었고, 네 살 때 까지 그 여인의 손에서 길러졌던 일은 누구보다도 에리나 본인이 정확하게 알아야 할 중요한 사건이지만, 아무도 설명해주는 이가 없다.  떠오르는 건 단편적인 영상과 조각난 기억뿐이다.  에리나는 사람들의 낯선 시선과 아빠, 엄마의 불안한 행동들을 이해하기 위해 타인의 입장에서 보고, 듣고, 쓰여 진 기록에 의존하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인다.  여기서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운명이라 여기고 체념했다는 데 더 가깝다고 하겠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인으로 자란 에리나는 ‘유괴범이 기른 아이’라는 낙인에서 벗어나고, 한 인간으로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8일째 매미>는 두 여인이 등장한다.  납치범이 되어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되어버린 노노미야 기와코와 유괴범의 손에 길러진 아이라는 낙인을 벗지 못한 아키야마 에리나가 그들이다.  기와코와 에리나, 두 명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주인공을 이해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각자의 입장을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을 통해서 운명이라고 불리 우는 무엇인가가 삶을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운명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한 핏줄도 아니면서 그 여자의 삶과 닮아버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에리나의 시선에는 피해자라는 인상이 깊게 박혀져 있다.  왜 나일까, 왜 나여야만 했을까, 원망하면서 자신의 시간과 젊음을 갉아먹는다.  그러나 에리나의 어릴 적 모습을 기억하는 언니와 함께 과거 여행을 떠나면서, 다시 가정으로 돌아온 딸에게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지 못했던  부모님과 4년을 키워준 그 여자 모두를 자신이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세 사람 모두를 사랑하는 마음을 인정하지 못했기에 그동안 자신이 행복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도망칠 수 없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할 수 있었던 건 그 여자와 아빠, 엄마를 증오하고 미워하는 것 밖에 없었지만 그로 인해 더 고통스러웠던 건 바로 자신이었음을, 그 마음을 버려야만 자신이 행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8일째 홀로 살아남은 매미는 남들과 다른 삶을 살지만, 그 때문에 불행해 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면서, 자신 또한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가쿠타 미쓰요의 작품은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와 <납치여행>에 이어 <8일째 매미>로 세 번째 만나게 되었다.  세 작품의 공통점은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존재의 가치나 이유가 타인보다 못하다는 성급한 결론은 내리지 말아야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소설이라는 점이다.  타인과 나를 비교했을 때 내가 타인보다 낫다, 타인이 나보다 낫다 등의 기준은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나의 행복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오롯이 내가 나로 우뚝 설 때에 찾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가쿠타 미쓰요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행복해 지고 싶은 소박하지만 강렬한 희망, 이 하나의 희망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아닐까.  희망이라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쿠타 미쓰요가 더욱 좋아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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