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게타카 1
마야마 진 지음, 이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기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소설에 대한 느낌이 전달된다.  가령 재미있을 것 같으니 어서 읽고 싶다거나 혹은 읽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겠다는 등의 느낌말이다.  이 소설의 느낌을 말하자면,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내가 빨려드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얼굴 없는 경제대통령 '미네르바'가 강력 추천한 책이란 말에 솔깃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그가 왜 추천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독자를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대단하다.  우선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탄탄한 스토리가 한눈팔지 못하게 만들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불안한 경제상황을 생각할 때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씁쓸한 감정이 책에 더 파묻히게 만든다.  두 권으로 분철되어 있는 이 책은 각 권이 약 300페이지 남짓의 분량이지만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다.

 

일본은 1980년대 말 거품경제가 붕괴되면서 그 이후 10년이 넘도록 장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소설의 무대는 바로 이 시기의 일본으로, 우리나라도 거품이 빠지고 불황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과 우려가 높은 이 시점에서 암시하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벌처펀드(vulture fund)란 '부실기업을 매입해 경영을 정상화한 뒤 되팔아 차익을 얻는 회사 또는 그 투자자금'을 말하는 것으로 벌처, 콘도르라 부르기도 한다.  <하게타카>는 외국 벌처펀드와 일본의 부실기업 간의 먹고 먹히는 치열한 사투를 그린 소설이다.  여기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외자계 투자 펀드사의 사장으로 일본으로 돌아온 '와시즈'와 미쓰바 은행에서 부실채권 처리담당자인 '시바노' 그리고 미카도호텔 사장 딸로 스위스에서 호텔업을 공부하고 온  '다카코'가 그들이다.  1권에서는 그들의 현재 상황을 그리고 있고, 그들의 본격적인 활약상은 2권에서 그리고 있다.

 

<하게타카>는 경제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 만큼 경제용어가 낯선 사람은 이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게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책의 맨 뒷장에 용어 설명을 먼저 읽은 후 소설을 읽기 시작한다면 별 무리가 없을 듯하다.  쉽지 않은 책이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책은 아니다.

 

<하게타카>는 오랜만에 읽은 일본 소설이다.  나는 일본 소설이라고 하면 일단 가까이하지 않는 버릇이 있다.  자극적이거나 지루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선입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 <하게타카>를 읽지 않았다면 후회할 뻔했다.  그만큼 잘 만들어진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영화로도 만들어져 올해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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