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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J.M.G. 르 클레지오 지음, 홍상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막 / 르 클레지오 / 문학동네
언젠가는 꼭 한 번 걸어보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하는 장소가 있다. 그곳은 바로 모로코. 내가 모로코를 가슴에 담은 이유는 그곳이 사하라 사막의 입구이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말하면 모로코가 아닌 사하라 사막을 가슴에 담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나는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황금빛 모래사막과 모래언덕들 그리고 그곳에서 뜨고 지는 태양이 궁금하다. 그곳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이고 살아있는 생명은 모두 사라지게 만들 것 같이 보이지만, 그곳에서 살아 숨 쉬어야만이 실제 존재하는 것만 같고 그곳에서만이 죽어가던 생명도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도 그곳에 가면 진짜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선택했다. 그곳에 가고 싶어서. 실제로 이 책 <사막>에는 강렬한 태양과 부드러운 모래를 묘사하는 부분이 많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선택한 두 번째 이유는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그의 작품을 만났다는 기대와 흥분. 나는 기쁘고 행복했다.
르 클레지오의 소설 <사막>은 사막에서 살아가는 사막민족, 소녀 랄라와 소년 누르의 이야기이다. <사막>은 랄라와 누르의 교차되는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존재하지만, 다른 시간에서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들이 보는 사막 역시 같지만 다르다. 사막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 그들은 사막에서 가장 행복하고, 자연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자유롭다. 그러나 사막민족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과거에는 기독교인들의 침입으로, 현재에는 물질문명의 침입으로. 하지만 결국에는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있는 사막처럼 사막민족은 다시 사막으로 돌아온다.
소설 <사막>은 대부분이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소설의 주인공이 느끼는 감성에 함께 빠져들 수 있다. 그러나 빠르지 않은 진행에 다소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사막>에는 내가 접하지 못한 낯선 문화가 등장하기에 신비로움을 느끼는 동시에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아 머리로 그려보는데 어려움이 많다.
작가는 주인공 랄라를 통해 도시에서의 더럽고 냄새나고 불안하고 불확실한 삶을 보여준다. 그리고 랄라를 통해 도시에서의 물질적인 풍요로움보다 자연에서의 정신적인 풍요로움이 더 값진 것임을 보여준다. 여리고 연약한 랄라가 몸으로 부딪쳐서 깨달은 삶의 기쁨이지만 랄라 대신 내가 깨달은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완벽하게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이 소설 <사막>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조차도 가늠할 수 없을 때도 있다. 오직 감각만으로 첫 장에서부터 마지막 장까지 다다랐을 뿐이다. 랄라가 감각만으로 사막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막에 서 있는 랄라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