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쌍둥이별>은 주인공인 안나가 신문에서 본 적이 있는 캠벨 변호사를 찾아가 "내 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p25) 라고 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열세 살 소녀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단번에 남의 이목을 끌만큼.  그래서 먼저 어린 소녀의 정신적 고통을 헤아리려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내 몸의 권리를 찾겠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이며 어떻게 부모님을 고소할 생각까지 하게 되었을까 그 사연을 궁금해 할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으니 말이다.

 

제시 p135



이제 와서 나란 녀석도 뭔가 가치가 있을지 모른다고 믿는 건 왜였을까?  나 자신조차 살릴 수 없는 주제에 뭐 때문에 동생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가족 구성원 개개인에게 사랑과 행복, 용기와 위로 등을 제공하면서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가정의 역할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바로 가족 내에 환자가 있을 경우 그러하다.  그것도 오랜 시간 투병생활을 해야만 하는 환자 말이다.  이런 경우 모든 가족의 관심은 몸이 아픈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가족에게 충분한 관심과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고, 가족이므로 이해해 줄 것이라고 단정 지어 버린다.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처보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처가 곪아서 터져가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안나 p510

나는 언니가 살아 있기를 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언니에게서 헤어나기를 원한다.  언니는 어른이 되지 못한다 해도 나는 어른이 되어 살고 싶다.  언니의 죽음은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이자, 또한 가장 좋은 일이다. 

 

이 소설의 중심에는 안나와 안나의 어머니, 사라가 있다.  점점 약해져가는 케이트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안나의 신장 이식이 필요한 긴박한 상황에서 법정 앞에 선 모녀.  언니의 건강을 염려하면서도 이럴 수밖에 없는 안나의 마음과 한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다른 아이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이 대립된다.  케이트의 생명도, 안나의 생명도, 모두 소중하기에 누가 옳다, 누가 그르다 이분법적으로 판단 내릴 수 없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만 하는 법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다. 

 


브라이언 p440 - p441

나는 제시가 유전자 일치자가 아니라는 판정을 받은 다섯 살 꼬마 적부터 지금의 모습까지 어떻게 지내왔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 마치 뭔가를 잃어버린 듯한, 아빠를 더 이상 영웅으로 보지 않는 게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것처럼 아플 수 있다고 느낀 것은 똑똑히 기억한다.

 

<쌍둥이별>에서 작가는 소설을 끌어가는 중심 이야기를 누구 한 사람의 시선이 아닌, 등장인물 개개인의 시선을 통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동안 포기해야만 했던 행복과 못 본 척 할 수밖에 없었던 상처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이 소설을 한 가정 내에서 소송이라는 분란이 일어나고, 그 사건으로 인하여 도덕적인 논쟁을 벌이는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다.  이 사건으로 가족은 그들의 슬픔과 상처를 직시할 수 있게 되며, 보듬을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고, 나아가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도 헤아리지 못했던 열세 살 어린 소녀의 깊은 마음을 통해 변화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시작이 충격적이었듯, 결말 역시 충격적이다.  이 이야기가 소설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 한 구석이 헛헛해지는 이 겨울, 슬프지만 따뜻하고 충격적이지만 매력적인 소설을 만나 잠시나마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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