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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평점 :
[시학]은 영원불멸의 시나리오 쓰기에 관한 비결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라고 보아야 한다. p227
<스토리텔링의 비밀>의 저자인 마이클 티어노가 맺음말에서 적은 위의 문장으로 이 글을 시작하려 한다. 글을 쓰는 이들에게 [시학]은 한번은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으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정복하고자 애를 쓰면 쓸수록 그 대상은 내 품에서 더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에베레스트가 아무에게나 쉽게 정상에 오를 기회를 주지 않듯이 말이다. 그와 같이 [시학] 역시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나는 언제부터인가 [시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부분들을 이해한다면 멋진 글을 쓰는 이야기꾼이 될 수 있으리라는 환상을 갖게 된 것 같다. 이 책 <스토리텔링의 비밀>도 그런 환상 때문에 덥석 읽기 시작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마이클 티어노가 이야기하듯 이 책은 글을 쓰는 비결을 간직한 책은 아니다. 아니, 비결, 비법은 분명하다. 더 나은 글, 호응 받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 할 부분을 콕 집어서 알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비법은 비법이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수상하다. 내가 느끼는 지금의 감정은 비법을 깨달았을 때의 감정 - 강해진 기분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엄청난 양의 숙제를 받은 느낌이다. 진지하게 생각해서 어떤 의미인지 풀어야 할 문제 그리고 꾸준히 연습해야 할 문제가 내 앞에 떡 버티고 있는 기분이다. 이 책을 읽기 전보다 더 막막하고, 답답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극적인 이야기 구조의 근본요소를 아주 면밀하게 탐구했는데, 아직도 많은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이 책을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바이블'로 여긴다. p17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라는 부제가 붙여진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독자가 이미 봐서 알고 있는 영화를 예로 들어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놓았다. 그리고 영화라는 장르에서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요시했던 부분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가장 먼저 '액션 아이디어'라는 도구를 소개하면서, 인물의 대사나 성격묘사보다 이야기의 구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훌륭한 작가는 이야기를 위해 일하고, 시원찮은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일한다(p22)' 며 탄탄한 플롯의 구성이 우선시되어야 함을 지적한다. 각기 다른 소제목으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책의 전체적으로는 액션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듯싶다.
액션 아이디어는 관객들이 감동받을 수 있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하나의 행동을 말한다. 저자는 시나리오의 기본은 액션 아이디어라고 말하며, 그 액션 아이디어를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행동이 인물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의미는 알듯하면서도 이해했다고 선뜻 말하기에는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 책의 마지막에 가서는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여러 영화 - 대부, 죽은 시인의 사회, 타이타닉 등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20편 정도의 영화를 통해 내가 왜 그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는지, 웃었는지, 두려워했는지 알 수 있게 되는 묘미까지 누릴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두 번 읽었다. 처음에는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두 번 읽었을 때는 첫 번째보다 약간의 발전은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고 이해한 부분은 이 글에서도 알 수 있듯 수박 겉 핥기 수준으로, 저자가 알려주길 원했던 많은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몇 번을 더 읽어야할지 예상할 수가 없다. 이 책의 제목이 <비밀>인 이유가 금방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를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