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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 - 고원에서 보내는 편지
이상엽 외 지음 / 이른아침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내가 윈난을 접한 것은 2007년 찬 바람이 불 무렵 '차마고도'라는 타이틀로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통해서였다. 영상과 음악 그리고 내레이션으로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방송을 보며 실크로드보다 오래된 교역로인 차마고도와 그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민족들의 모습이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 느끼는 감정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문득 아스라하게 떠오르는 첫사랑 같다고 생각했다. 차()에 담겨진 슬픈 역사가 안타까웠고 개발로 사라지고 있는 차마고도가 그러했고 또한 차마고도의 주역들인 마방의 모습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사진과 여행을 좋아하는 일곱 사람이 '윈난'이란 제목을 가진 한 권의 책에서 만났다. 이 책에 담겨진 윈난은 하나이지만 그들이 그곳에 간 목적은 모두 제각각이듯 일곱 사람은 같으면서도 다른, 다르면서도 같은 윈난을 표현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가보기를 원하는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 그리고 전 세계 배낭족들이 몰려드는 곳, 중국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윈난은 우리의 남쪽 땅보다 훨씬 더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 외지인의 발길이 부쩍 늘어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윈난에는 26개의 소수민족들이 자신들만의 언어와 문화, 즉 삶의 방식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사진과 글을 통해 만나는 소박하고 정 많은 그네들의 모습에서 고향과 어머니를 떠올릴 때 느껴지는 따스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7인의 전문가는 정겨운 윈난의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그네들의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고단한 삶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서 이상하게도 마음이 숙연해지면서 뭉클한 감동이 일어 감정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다.
이 책은 7인이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을 취하고 있다. 고의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타인의 일기나 편지 등 아주 개인적인 메모를 읽게 되었을 때 누군가의 비밀을 엿보는 것 같아 심장이 두근거리듯 이 책을 읽으며 간혹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사진과 글이 함께인 책에서 사진은 단순히 정보전달이라는 의도를 넘어서는 큰 의미를 책 읽는 이로 하여금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나는 사진과 글이 함께인 책을 좋아한다. 간혹 작가가 사진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바와 내가 느끼는 바가 다를 때도 있지만 그 역시 좋다. 이로써 그 여행은 나만의 추억이 서린 장소가 되었으므로.
대학 시절에는 잠자리가 불편해도 친구들과 함께라면 어디든 좋았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씻기가 불편하고 잠자리가 불편하면 그곳으로의 여행은 꺼려졌다. 그래서 오지로의 여행은 꿈조차도 꿀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그곳으로의 여행이라면 며칠 고생은 견딜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책 표지에 크게 프린트되어 있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자의 낙원]이란 말을 이제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