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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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악인]은 나가사키 교외에 사는 젊은 토목공이 후쿠오카 시내에 살던 보험설계사 이시바시 요시노를 목 졸라 죽이고 시체를 유기한 용의자로 나가사키 현 경찰에 체포되었다(p11)는 문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추리소설과 마찬가지로 이 소설 역시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처음부터 누가 살인자인지를 공개하며 시작한다.  그로 인하여 범인이 누구일까 상상해보는 긴장감도 호기심도 모두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이 소설은 2006년 3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일본 아사히신문에 연재되어 폭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2007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수상작인 동시에 작가 또한 자신의 대표작이라 이야기 한 만큼 미리 기대를 버리는 것은 실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범의 정체를 독자에게 알려주면서 범인의 교묘한 트릭 속에서 범죄에 관한 증거를 찾아내고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추리소설의 특징에서 자유로워진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했다.
 
이 소설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5장의 소제목에서도 들어나듯 이 소설의 목적은 사건 전개가 아닌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넓게는 하나의 사건으로 연결되어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며 좁게는 각 장마다 등장하는 인물들 개개인의 이야기이다.  각 장에서는 인물이 엇갈리며 등장하고 시점이 엇갈리며 전개된다.  이 소설에서는 추리소설의 단골 메뉴인 범인의 트릭을 찾을 수도 없으며 범인을 쫓는 장면이나 살인 현장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장면 또한 찾을 수 없다.  단지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지루하거나 단조롭지는 않다.  바로 뒷장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못 견딜 지경이었으며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가 끔찍할 정도로 직접적으로 전달되어 그들과 똑같이 분노하고 슬퍼하며 행복해 했으므로.
그리고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리얼리티(실현 가능성)와 리얼리즘(현실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것으로 실제로 벌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사건을 소설 속에서 묘사하였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마음에 마지막 장에서는 눈물 때문에 시야가 흐릿해져 책을 읽기조차 힘들었다.
 
지금까지 외롭다고 느껴본 적은 없었다.  외롭다는 게 어떤 건지도 몰랐다. (...) 외롭다는 것은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길 간절히 바라는 기분일지도 모른다고 유이치는 생각했다.  지금까지도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얘기 같은 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자기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다.(p208-209)

[악인] 속 등장인물들의 심리는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살인자인 유이치의 독백으로 대변할 수 있다.  유이치의 죄는 그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 모두가 안고 있는 외로움과 허전함이 원인이며 그러므로 함께 극복해 나가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인 것이다.  누구도 그에게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그를 악인이라고 몰아세워서도 안 된다.  어쩌면 그의 자리에 내가 서 있게 될지도 모르므로.
 
요즘 세상엔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아.  소중한 사람이 없는 인간은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지.  자기에겐 잃을 게 없으니까 자기가 강해진 걸로 착각하거든.  잃을 게 없으면 갖고 싶은 것도 없어.  그래서 자기 자신이 여유있는 인간이라고 착각하고 뭔가를 잃거나 욕심내거나 일희일우하는 인간을 바보 취급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p448)

요시노 아버지는 세상을 향해 원망을 쏟아낸다.  소중한 자신의 딸을 헌신짝 취급을 한 인간에게가 아닌, 세상을 행하여.  자신의 딸의 죽음은 인간으로부터 기인하였지만 그 모두를 포괄하고 있는 것은 세상이므로.  세상이 인간을 그렇게 만들었으므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는 과거에서 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선이라는 성선설과 그와 반대라고 주장하는 성악설 또한 그에 관한 탐구의 부분임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나 어느 주장이 옳다고 단정 지어 말 할 수는 없다.  결과는 인간에게 맡길 수밖에.  
 
요시다 슈이치가 소설 [악인]에서 그려내는 심리 변화를 통하여 인간의 본성에 대한 해답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이란 장르를 넘어 많은 생각을 시작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한마디로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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